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를 통해 1조2000억원대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 1조51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경영 정상화 계획의 첫 단추였던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한숨 돌렸다.
삼성엔지니어링, 증자 성공…'회생발판' 마련
이재용 부회장 효과로 청약률 높아져

삼성엔지니어링은 11~12일 이뤄진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 결과 청약률이 99.93%를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1조265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한 신주 1억5600만주 가운데 1억5589만7028주의 청약이 끝났다.

삼성엔지니어링의 1, 2대주주인 삼성SDI와 삼성물산은 1434억원, 855억원 규모로 배정 주식의 100%를 청약했다. 11일 우리사주조합 청약도 100% 청약률을 기록했다. 실권주는 10만2972주(약 8억4000만원 규모)다. 실권주에 대한 일반 공모는 오는 15~16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가 무난히 이뤄진 것은 신주 발행가액이 주가보다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종가가 1만600원이었지만 신주 발행가액은 8110원으로 23.5%나 더 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높아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실익이 충분했다”며 “우리사주 청약의 성공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반 공모 참여 의사 발표 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유상증자 미청약분이 발생하면 최대 3000억원 한도에서 일반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지분 2.05%(158만7000주)를 3800억원에 팔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구주주 청약률이 99%를 넘음에 따라 실권주 청약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뒤 적당한 시점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취득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올해 2000억원대 이익 목표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조기 경영 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조달한 자금은 부채 상환과 원자재 조달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 만큼 경영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 6조원, 매출 7조1000억원, 영업이익 228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공개했다. 또 바이오 플랜트 및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조원대 적자의 원인인 대형 프로젝트 수주 비중은 줄일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011~2012년 수주한 대형 플랜트 사업이 대부분 올해 말 종료된다”며 “앞으로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를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자구책 가운데 하나인 사옥 매각을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사옥 장부가는 3500억원이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 성공과 관계없이 무급 순환휴직 및 임원 급여 반납 등의 자구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도병욱/임도원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