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통상임금 확대 집단소송의 청구 금액을 30%로 줄이기로 했다. 일부 생산직 근로자의 개별 소송에서 법원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자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청구액을 낮추는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통상임금 1차 집단소송의 청구 금액을 기존 20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줄이기로 결의했다. ‘1차 메인소송’으로 불리는 이 소송은 한국GM 생산직 근로자 1만여명이 2007~2010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전체 임금을 다시 계산, 미지급분(소급분)을 지급하라며 제기했다.

한국GM 노조가 이번에 청구 금액을 줄이기로 한 것은 최근 비슷한 소송에서 한국GM 근로자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생산직 근로자 5명의 별도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은 “2008~2014년 누적 순손실이 8690억원에 이르는 가운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 4380억원을 지급하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며 2심으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도 법원은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판결했고, 이 소송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다.

한국GM 노조 집행부는 “청구 기간인 2007~2010년 회사의 누적 순손실이 913억원에 이르는 데다 최근 판례가 현재 시점의 회사 재정 상황도 신의칙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청구액을 줄이는 것이 승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청구액을 스스로 감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도 그동안 통상임금 사건에서 근로자가 주장한 청구액을 전부 인용하거나 기각했을 뿐 일부만 인용한 사례는 없었다.

한국GM 노조의 이번 결정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최근 신의칙을 이유로 법원이 근로자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의 상소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고등법원은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미지급분 6300억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 2심에서 회사 재정 악화와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으며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돼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