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등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집값의 80%를 넘어선 지역이 잇따르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반(半)전세·월세는 늘고, 순수 전세물건은 귀해졌기 때문이다.

10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4.1%로, 2009년 1월 이후 8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성북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동월 대비 9.93%포인트 상승한 83.3%로 집계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성북구 길음동 대우그랜드월드 59㎡(12층)는 지난달 3억8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전셋값은 3억4000만원이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4000만원에 불과했다. 성동구 전세가율은 80.4%로, 처음으로 80% 선을 넘어섰다. 구로구(79.8%)와 동작구(79.5%), 강서구(79.4%) 등도 80% 선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도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됐다. 의왕시는 전세가율 82.5%를 기록했고 고양시 덕양구(80.9%), 군포시(80.3%), 안양시 동안구(79.5%), 고양시 일산서구(79.3%)도 높은 전세가율을 기록했다.

전세 매물 품귀현상도 심해졌다. 1월 서울시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37.6%를 기록해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구(48.1%) 동작구(46.4%) 강남구(46.3%) 서초구(44.2%) 등은 서울시 평균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순수 전세 물건 감소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로 주택 월세만큼 수익을 낼 만한 투자처가 없어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