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계열사 해외법인에서 일할 경력직원을 국내에서 채용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국내 임직원을 주재원으로 파견하거나, 해외에서 현지인을 뽑아 쓴 것과 다른 방식이다. 한국어를 쓰는 현지 근무인원을 확보하면서도 주재원 파견보다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 채용홈페이지(apply.samsung.co.kr)에는 올 들어 해외법인에서 일할 경력직원을 뽑는 채용공고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10일 기준 삼성전자는 중동총괄 레반트지점(이스라엘·레바논·시리아 등 포함 지역 통칭)과 아프리카총괄 가나지점에서 근무할 물류관리(SCM) 분야 사원을 뽑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법인에서 근무할 인사 총무 설계 생산 품질분야 경력사원을 구한다. 삼성SDS는 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에서 물류직 직원과 중동 법인에서 재무업무를 볼 직원을 뽑고 있다.

이렇게 채용된 직원들은 해외 현지법인 소속으로 현지에서 일한다. 임금도 현지법인의 연봉 수준에 맞춰지며 파견기간도 따로 없다. 삼성으로선 주재원을 보내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주재원에겐 국내 기준 연봉 외에 체재비(주택 임대료, 자녀 학비 등)를 줘야 한다. 삼성전자는 주재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가량을 지출한다. 국내 근무 임직원의 2~3배에 이른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해외 법인들이 각각 채용을 진행했지만 부적절한 경우도 발견돼 본사 차원에서 채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2012년부터 해외 주재원 수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전사적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현지법인은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에 따라 상당수 주재원을 철수시켰다. 여기엔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현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생각도 담겨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국내 임직원을 퇴직시킨 뒤 해외 법인에서 다시 채용하고 있다. 생산직인 ‘만년’ 차장과 부장들을 베트남 법인 등에서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