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자영업자 수가 크게 줄고 있는 가운데 폐업한 자영업자 열 명 중 네 명꼴은 음식점이나 소매점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영업자 수 감소에도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해 불안해진 장·노년층이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든 데 따른 것이다.
너도나도 "음식점·편의점 창업" 그 끝은…'폐업 자영업자' 41%가 음식·소매업
◆폐업한 자영업자 20%가 음식점

10일 국세청의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폐업한 개인사업자(일반사업자, 간이사업자, 면세사업자)는 76만1328명으로 집계됐다. 14개 업태별로 구분하면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접은 자영업자가 15만6470명으로 전체 폐업자 가운데 20.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편의점, 옷가게 등 소매업이 15만4250명, 서비스업이 15만4665명으로 20.3%씩을 차지했다. 음식업과 소매업만 합쳐도 40.1%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는 부동산임대업 8만4552명(11.1%), 도매업 5만8506명(7.7%), 운수·창고·통신업 5만2488명(6.9%) 순이었다.

영업이 잘 안 돼 문을 닫는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음식점업을 그만둔 자영업자 두 명 중 한 명꼴로(50.7%) 폐업 사유로 사업 부진을 꼽았다. 소매업도 50.0%가 사업이 잘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고 대답했다. 나머지는 업종전환 등이 이유였다.

식당이나 소매업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의 폐업이 유달리 많은 것은 이들 업종의 창업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소규모 자본금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창업할 수 있어 새로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4년 전체 개인사업자는 561만5468명으로, 여기서 음식점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66만6251명)에 그쳤다. 하지만 새로 창업하는 사업자(101만5619명) 가운데선 18.2%(18만4872명)에 달했다. 폐업자에선 20.6%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문턱이 낮아 가게를 열기도 쉽지만 성공도 어려운 셈이다.

◆6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 급증세

은퇴 후 마땅한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장·노년층이 퇴직금을 종잣돈 삼아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2011년 개인사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창업자는 7만9331명, 폐업자는 10만4972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창업 9만3776명, 폐업 11만8531명으로 각각 18.2%, 12.9% 증가했다. 전체 개인사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18.4%에서 21.4%로 3%포인트 올랐다.

이들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매 및 소매업 사업체 수는 2006년 86만5045개에서 2013년 96만388개로 10만개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숙박 및 음식점업 사업체는 62만1703개에서 68만6225개로 6만개 이상 증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에 뛰어드는 장·노년층 상당수가 음식점업이나 소매업을 선택하면서 공급이 늘었고 동시에 폐업도 증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후 대비 사회보장 시스템을 강화하고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