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 약화…공교육 강화 필요

부모의 사교육비 지급 능력에 따라 자녀의 학업 성적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면 부모의 높은 학력은 자녀의 성적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계층이 낮으면 시간이 갈수록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교육의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이 약화하는 것으로 사교육 비중을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정책의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Ⅱ'연구보고서(책임연구자 여유진·정해식 등)를 보면, 부모의 학력은 기대만큼 자녀의 학업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부모가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질수록 학업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력의 정도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낮아졌다.

그 대신 모든 연령집단에서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사회계층수준과 사회적 자본이 학업성적에 유의한 영향력을 줬다.

특히 그 영향 정도는 젊은 세대일수록 더 커졌다.

자녀의 학업성적에서 부모학력의 영향력은 줄어들지만, 부모의 사회계층과 사회적 자본으로 대변되는 가족의 배경은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는 연령대별로 부모의 학력수준과 사회계층, 사회경제적 지위가 학업성적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19~65세 경제활동참여자를 청년층(19~34세), 중장년층(35~49세), 고령층(50~65세) 등 3세대로 나눠 각 세대의 15세 무렵 학업성적 분포(성적 최하위-하위-중위-상위-최상위)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결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모의 경제적 보상수준이 매우 높은 집단에서 자녀의 학업성적이 최하위인 비율은 고령층 1.4%, 중장년층 17.7%, 청년층 8.2% 등으로 중장년층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청년층에서 다시 감소했다.

또 부모의 경제적 보상수준이 매우 낮은 집단에서 최상위 학업성적을 보이는 자녀의 비율도 고령층 29.5%, 중장년층 49.1%, 청년층 12.6%로 중장년층에서 급증했다가 청년층에서 뚝 떨어졌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성취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부모의 사회계층 수준별 자녀의 학업성적 분포를 보면, 부모의 사회계층이 가장 낮은 하층집단에서 최상위 성적을 가진 자녀의 비율은 고령층 10.7%, 중장년층 8.4%, 청년층 6.0% 등으로 나이가 젊어질수록 줄어들었다.

부모의 학력수준이 전문대졸 이상으로 높은데도 자녀의 성적이 하위와 최하위라고 응답한 비율은 고령층 1.9%, 중장년층 4.2%, 청년층 10.8% 등으로 나타나 젊은 세대로 올수록 부모의 학력이 자녀의 학업성취에 끼치는 영향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런 분석결과는 사교육의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에서 사교육비를 부담할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의 차이에 따라 학업성취의 격차가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게 사교육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저소득 학생에 대한 교육비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대학입학 등에서 소수자 배려 정책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교육정책을 평준화 위주로 전환하고 공교육을 더 강화해 사교육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