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제회에 내고 있는 돈이 있으니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노후 대책을 묻는 말에 경찰관들이 자주 하는 답이다. 지난해 말 기준 경찰공제회 가입자는 10만7332명으로 전체 경찰 공무원의 87.8%에 이른다. 운용자산은 2조1000억원이다. 공무원연금과 함께 경찰의 노후를 책임지는 중요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운용 실태를 들여다보면 군인·교직원·행정 등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다른 공제회보다 전문성 등이 크게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자산 운용을 총괄하는 사람은 투자 전문가가 아닌 전직 고위 경찰간부다.
2조 경찰공제회 자산, 전문가 아닌 퇴직경찰이 굴린다
투자 전문가 영입 무산

지난달 19일 마감된 경찰공제회 사업관리이사 초빙 공채에는 전직 지방경찰청장(치안감) 출신 인사가 단독 지원했다. 사업관리이사는 임대사업은 물론 경찰공제회 자산의 50% 이상을 운용하는 금융투자본부까지 이끌며 사실상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을 하는 자리다. 경찰공제회는 지원 요건에 ‘경찰 업무에 다년간 공헌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못 박아 경찰관 출신 임명을 처음부터 염두에 뒀다. 경찰공제회 관계자는 “해당 자리는 대대로 경찰 고위직 출신이 맡아 왔다”고 했다.

반면 군인공제회와 행정공제회는 외부 금융투자사 출신을 CIO로 영입했다. 금융감독원과 우리자산운용 총괄전무를 거쳐 지난해 11월 행정공제회 CIO에 오른 장동헌 부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교직원공제회도 현장에서 20년 이상 금융투자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투자를 책임진다.

경찰공제회는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6월 ‘금융투자이사직’을 신설하려다 대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1조원가량을 투자하는 주식·채권·파생상품을 담당할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문가를 영입하려 했지만 각 지방경찰청을 대표해 참석한 대의원의 반대로 이사직 신설 안건이 부결됐다.

“이사직을 신설하는 건 좋지만 경찰 출신이 아닌 외부 전문가가 해당 직위에 오르는 것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공제회 안팎에서는 “11만여명에 이르는 공제회 회원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금융 전문가가 필요한데 경찰 고위직 출신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만 신경 쓴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안전자산에 편중된 자산 배분도 문제

이러다 보니 경찰공제회의 운용수익률은 다른 공제회보다 낮을 때가 많다. 2012년과 2013년의 수익률이 군인·교직원·행정공제회보다 낮았다.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채권과 부동산에 투자가 편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영역별 투자 비중은 채권 49%, 부동산 30%, 대체투자 16%, 주식 5%로 구성됐다.

경찰공제회 측은 “회원들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편이라 위험도가 높은 주식 투자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교직원이나 군인이라고 해서 경찰보다 덜 보수적이겠느냐”며 “회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돌려주려면 역량 있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때로는 공격적인 투자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찰공제회는 4% 초반의 운용수익률을 올려 2013년에 이어 2년 만에 운용수익률이 퇴직급여이자율(4.37%)을 밑돈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급여이자율은 회원들의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로 공제회의 운용수익률이 떨어지면 같이 하락한다. 지난해 임수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사에 따르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된 도시개발사업에서도 경찰공제회는 최근 10년간 799억원의 평가손실을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변화한 상황에서 채권에 집중된 자산 운용은 불리할 수 있다. 경찰공제회가 올해부터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신현장 경찰공제회 금융투자본부장은 “과거 투자했던 채권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저금리 때문에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고 대체자산 쪽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항공기펀드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공제회는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지난해 말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에어버스 A330을 사들여 싱가포르항공 등에 7년 동안 임대하기로 했다. 이 펀드의 기대 수익률은 연 6.3%로 경찰공제회는 여기에 170억원을 출자했다.

마지혜/이현진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