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예비후보 중에는 고교나 대학 동창들끼리 같은 지역에서 대결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은 지역 명문고 동문끼리의 경쟁이 종종 있었으나, 이번만큼 빈번한 맞대결이 벌어지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버지 지역구에 대를 이어 출마한 사람도 있고, 아버지와 두 아들이 각각 다른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경우도 있다.
막 오른 4·13 총선, 눈길 끄는 맞대결…이색 출마자들
◆40년 지기 맞대결

경남 진주갑에서는 고교 1년 선후배 사이이자 언론계 선후배인 두 사람이 새누리당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역 초선인 박대출 의원(55)과 17·18대 때 이 지역에서 의원을 지낸 최구식 전 의원(56)이 주인공. 최 전 의원이 진주고 1년 선배이자 언론계 선배다. 박 의원은 서울신문, 최 전 의원은 조선일보 출신이다.

대구 수성갑에서는 경북고 출신 여야 후보가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64)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58)은 경북고와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이 지역 현역이자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71)도 경북고를 나왔다.

대구 동갑에서는 새누리당 후보 자리를 두고 경북고 동기인 류성걸 의원(58)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58)이 경쟁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 반에서 공부한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과 고교 동기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두고 “정치가 아무리 비정해도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부산 부산진갑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붙는 나성린 의원(63)과 허원제 전 의원(64)은 부산고 및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연세대 81학번 동기인 우상호 더민주 의원(53)과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57)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은 16~19대 총선에서 네 번 맞붙어 17·19대는 우 의원이, 16·18대는 이 전 의원이 승리했다.

◆삼부자 동시 출마

박세준 힐링바이오 대표(68)는 두 아들과 함께 서울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박 대표는 종로, 장남 병희씨(44)는 용산, 차남 병은씨(41)는 중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힐링바이오는 건강보조식품 제조사다.

박 대표는 ‘장 건강에 딱 좋아’라는 멘트로 유명한 TV 광고에 직접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박 대표는 “각종 질병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국가 위상이 추락했음에도 여야와 정부가 건강정책에 관심이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이어 출마한 사람도 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서 더민주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52)은 이 지역에서 5선을 지낸 이용희 더민주 상임고문(84)의 차남이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에서는 ‘별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김한선 전 육군 소장(61)과 박견목 전 육군 준장(54)이 나란히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