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카바이러스, 국내 확산위험 크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가 제네바 현지 시간으로 지난 1일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작년 5월 브라질에서 시작한 이 바이러스의 유행이 여러 나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세계 보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지카(Zika) 숲에 사는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다. 작년 브라질에서 유행하기 전까지 간간이 인간 감염이 확인되긴 했지만, 발병 지역에 국한해 있었고 심각한 병증을 유발하지 않아 세계 보건에 영향을 끼칠 만한 바이러스로는 인식되지 않았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유행하면서, 특히 신생아 소두증(小頭症)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카 바이러스는 세 가지 경로로 사람을 감염시킨다. 첫째 바이러스를 보유한 모기에 물리는 경우, 둘째 감염된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경우, 셋째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는 경우다. 지카 바이러스는 메르스처럼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거나, 에볼라처럼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직접 접촉한다고 해서 감염되지는 않는다. 또 감염자와 일상적인 생활을 같이해도 전염 위험은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80% 정도는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 자연치유된다. 병증이 나타나도 비교적 경미한데, 기침이 없는 감기증상과 비슷하다. 다만 매우 드물게 전신마비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증상마저도 몇 달 이내에 치료가 된다. 치료제와 예방백신은 아직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심각한 병증을 유발하지 않고, 병증이 나타나더라도 증상에 따른 적절한 조치만 하면 후유증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니 건강한 사람은 설령 감염된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임신부다. 작년 5월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평소보다 15배나 많은 소두증 의심 신생아가 태어났다. 역학조사 결과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소두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소두증은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것이므로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감염됐다고 무조건 소두증 신생아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임신 기간에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태아의 발달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므로 소두증 여부는 판별이 가능하다. 태아는 소두증 위험이 있긴 하지만, 임신부 자체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국내로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유입된다고 해도 국내에서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유입 경로는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일 수도 있고 감염된 사람일 수도 있다. 모기는 국내 상황이 계절적으로 모기가 활동할 기간이 아니므로 확산 위험이 매우 작다. 사람일 경우에도 사람에서 사람으로의 전파 경로를 감안한다면 유행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방책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중남미, 동남아시아 지역 등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당장은 최선이다.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가야 한다면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긴 옷을 입으며 임신은 당분간 미루는 것이 좋다. 의도하지 않게 자신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지카 바이러스 위험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자면 해외여행 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하고 해외여행 사실을 알려야 한다.

보건당국은 검역과 발병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기철에는 방제활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메르스, 에볼라에 비하면 위험성이 아주 작지만, 그래도 국민 불안이 큰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국민안전이 제일이기 때문이다.

설대우 < 중앙대 교수 세포분자병리학 seold@ca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