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재테크 시장이 혼란스럽다. 지난달에는 주가연계증권(ELS) 공포가 투자자를 엄습했다. 홍콩증시가 급락하면서 이 시장에 연동된 ELS의 손실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외 증시는 요동치고 중국과 신흥국 경기도 심상치 않다. 돈을 어디에 넣어 어떻게 굴려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넘쳐난다.

은퇴 이후를 걱정하는 부모님과 월급을 불려 목돈을 마련할 곳을 찾는 직장인 아들·딸을 위한 ‘설 이후 재테크 좌표 설정법’을 주요 은행과 증권회사 프라이빗뱅커(PB) 50명에게 물어봤다. PB들은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분간 해외보다는 국내 시장,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투자가 더 유망하다고 입을 모았다. 변동성이 클 때는 높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 전략을 짜라는 조언이 많았다.
[설 이후 재테크 전략] 은행·증권사 PB 50명에게 물었습니다 …"돈 어떻게 굴려야 할까요"
안정성 갖춘 펀드를 골라라

PB들은 투자 시선을 해외에서 국내로 옮길 것을 주문했다. 설 연휴 이후 유망 투자처를 묻는 질문에 18명(36%)이 국내 주식을 꼽았다. 상품으로는 인덱스펀드를 가장 많이 추천했다. 17명(34%·복수 응답)의 PB가 한국과 일본 등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인덱스펀드는 주가지수를 벤치마크(기준 성과)로 삼아 시장 평균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운용하는 펀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인덱스펀드 예찬론자다. 시간, 위험, 비용을 줄이면서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인덱스펀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허은주 한국씨티은행 PB는 “대내외 변수가 많을 때는 투자 변동성을 낮게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주펀드에 대한 기대도 컸다. 15명(30%)의 PB가 배당주펀드를 주목했다. 국내 배당주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0% 정도다. 전년의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다. 올해 초 중국 증시 폭락 이후 안정적으로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배당주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김관수 LIG투자증권 영업부장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하는 배당주들은 올해도 등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길게 보면 변동성 관리를 하면서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투자는 유럽·미국 중심으로

해외 투자에선 선진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별로는 유럽(30%)과 미국(16%)을 꼽은 의견이 다수였다. 이 가운데 유럽은 PB들이 뽑은 유망 투자상품 3위(해외 주식형 펀드)와 5위(유럽펀드)에도 포함됐다. 김탁규 기업은행 PB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에 이어 다음달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유럽 관련 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투자는 경계 대상 1호였다. PB들의 절반가량은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을 설 연휴 이후 가장 피해야 할 투자처로 지목했다. 지난해 말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국제 유가 급락 등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신흥국발(發) 경제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중국펀드 투자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중국 증시가 많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저점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 많아

설 연휴 이후 재테크 전략 수립의 잣대인 주가와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코스피지수는 현 수준인 1900~1950에 머무를 것이라는 의견이 40%(20명)로 가장 많았다. 지금보다 소폭 상승한 1950~2000으로 예상한 PB는 14명(28%)이었다. 2050~2100 수준으로 내다본 낙관론자는 3명(6%)에 불과했다.

상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0명 중 6명꼴로 ‘동결’을 예상했다. ‘올 상반기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한 PB가 33명(66%)이었다. 16명(32%)은 한은이 상반기에 추가 금리 인하(0.25%포인트)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하반기 기준금리는 62%가 ‘동결’을 예상했으며 22%는 ‘0.25~0.50%포인트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