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IST 50주년 기념식 해프닝
리퍼트 대사가 이날 줄기차게 말한 카이스트는 생일 주인공인 ‘키스트(KIST)’와는 다른 대전에 있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일컫는 말이다. 일반인은 물론 지식인들 중에서 키스트와 카이스트를 헷갈려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외빈의 사소한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어진 정부측 관계자 축사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됐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의 창립 50주년을 축하한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KIST가 아닌 KAIST를 언급한 것이다. 생일 주인공 이름이 계속 달리 언급되자 행사에 참석한 과학자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KIST는 1년 전부터 5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했다. 2066년까지 다시 한국의 성장을 이끌 연구소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비욘드 미라클(beyond MIRACLE·기적을 넘어서)’도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발도상국에 설립된 가장 오래되고 성공적인 과학기술 연구소로서 위상을 과시하고 싶어서였을 게다.
그래서인지 기념식을 마친 KIST 과학자들은 뒷맛이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50년 동안 쌓아온 자신들의 위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연구원은 “정부 인사와 미 대사의 진심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큰 결례를 한 것”이라며 “일반인이 자주 범하는 실수인 만큼 오히려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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