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카메라와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 혁신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성공 신화를 써온 고프로(Gopro)와 핏비트(Fitbit)가 고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2014년과 지난해 미국 뉴욕증시에 데뷔할 당시 가장 성공한 기업공개(IPO)라는 찬사와 함께 창업자에게 대박을 안겨줬다. 하지만 올 들어 주가가 40% 넘게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고프로·핏비트 '창업 성공신화' 흔들
◆신제품 실패로 실적 악화

고프로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1139만달러(주당 8센트)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14년 4분기에는 1억4400만달러(주당 99센트)의 순이익을 냈다. 매출도 4억37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1% 급감했다. 2014년 6월 상장 후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하반기에 내놓은 신제품 ‘히어로4’의 실패다. 고프로는 제품이 안 팔리자 정가 400달러짜리 제품을 절반 가격인 199달러까지 낮춰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57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고프로는 올해 연간 예상 매출이 1억6000만달러~1억8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톰슨로이터가 예측한 2억9800만달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장중 4.5% 하락하며 2014년 10월 기록한 최고가 93달러의 약 10분의 1인 10.2달러까지 주저앉았고, 실적 발표 뒤 시간외거래에서 다시 19% 추락해 25분간 주식거래가 중단됐다. 시간외거래에선 8% 하락으로 마감했다.

웨어러블기기 업체인 핏비트 주가도 올 들어 45% 하락, 공모가보다 20% 낮은 16.04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날 새로운 활동추적 프로그램을 내장한 신제품 ‘알타 핏비트’를 내놨지만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주가가 하락했다. 핏비트는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처음으로 스마트워치 ‘블레이즈’를 선보였지만 기대 이하라는 평가 속에 출시 당일 주가가 18% 폭락했다. 또 구매자들이 심박수 측정이 부정확하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연초부터 연이은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후발 스타트업과 거대 기업에 쫓겨

두 회사 모두 혁신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했지만 곧바로 후발주자의 추격에 쫓겨 힘겨운 ‘수성전’을 벌이고 있다.

고프로가 신제품의 실패로 헤매는 사이 니콘을 비롯한 대형카메라 업체와 360플라이, 푸사르 등 후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신기술을 앞세워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360플라이는 올해 CES에서 전후방 360도 촬영이 가능하고 어떤 헬멧에도 부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푸사르는 보다 선명한 화질과 사용이 편리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제품을 내놓으며 고프로를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프로가 여전히 액션카메라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공급과잉이라는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컬러스 우드먼 창업자 겸 CEO는 이날 투자분석가들에게 “고프로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회사의 실제 모습과 실적은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진 못했다.

핏비트는 애플워치라는 막강한 경쟁사와 맞닥뜨리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핏비트가 그동안 웨어러블기기 시장을 8년간 독점해왔지만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 등 손목형 웨어러블기기가 홍수를 이루면서 매출과 수익이 모두 줄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IDC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3분기 45.6%에 달했던 핏비트의 웨어러블기기 시장점유율은 1년 만인 지난해 3분기에 절반인 22.2%로 내려앉았다. 중국 샤오미도 스마트밴드 ‘미밴드’를 앞세워 지난해 3분기까지 1000만개의 웨어러블기기를 판매, 시장점유율을 17%까지 끌어올리며 핏비트를 위협하고 있다.

제임스 박 핏비트 CEO는 이날 CNBC에 나와 “패션과 기능을 결합한 제품으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점유율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