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지난해 중소도시인 무한, 성도, 제남에서만 각각 94%, 79%, 150%라는 큰 폭의 매출 성장률을 일궈냈다. 농심의 중국 매출 평균 성장률이 1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중소 내륙도시에서의 성과가 2억달러 돌파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농심은 이 같은 영업전략을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고 부른다. / 사진= 구글지도
농심은 지난해 중소도시인 무한, 성도, 제남에서만 각각 94%, 79%, 150%라는 큰 폭의 매출 성장률을 일궈냈다. 농심의 중국 매출 평균 성장률이 1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중소 내륙도시에서의 성과가 2억달러 돌파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농심은 이 같은 영업전략을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고 부른다. / 사진= 구글지도
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1등 라면회사인 농심이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액 2억달러를 돌파(2억1000만달러)했다고 합니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2500억원 규모입니다. 농심이 중국에 진출한지 20년 정도 됐으니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액수입니다.

이같은 소식이 의미 있는 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하나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유통구조, 우리와 다른 소비문화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한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고 들립니다.

반면 농심은 올해 탄생 30주년을 맞는 '신라면'을 앞세워 중국에서만 3억달러 매출액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경기가 바짝 얼어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공장 증설이라는 과감한 결단도 내렸습니다.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최대 2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농심이 중국에서 이 같은 활약을 하고 있는 건 유통망으로부터 소외된 중·소 내륙지역을 적극 공략했기 때문입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이른바 중국 대도시들로만 몰려가는 여타 기업들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허베이성에 있는 베이징시(市) 인구만 해도 2000만명이 넘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나라 기업 외에도 중국의 거대 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기업들로 넘칩니다.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과 더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현지에 있는 주재원들은 토로합니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투자비용이 훨씬 큰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반대로 농심이 적극 공략한 곳 중 하나는 산동성의 성도인 지난(濟南)입니다. 공자의 고향이기도 한 산동성의 인구는 약 9000만명 가량이고, 성도인 지난의 인구는 200만명에 조금 못미칩니다. 수도 베이징에 비하면 작은 시장이지만 중국에는 이러한 도시가 널려 있습니다.

농심은 지난해 중소도시인 우한, 청두, 지난에서만 각각 94%, 79%, 150%라는 큰 폭의 매출 성장률을 일궈냈습니다. 이곳 외에도 농심은 다른 중소도시들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농심의 중국 매출 평균 성장률이 1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중소 내륙도시에서의 성과가 2억달러 돌파에 큰 기여를 한 셈입니다.

농심 내부에서는 이 같은 영업 전략을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베이징과 상하이가 있는 동쪽으로부터 미개척지인 서쪽을 향해 조금씩 영업망을 넓혀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중국 현지 라면회사들의 탄탄한 영업망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일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대포를 배치하고 기다리는 남의 땅에 권총 하나만 들고 싸움을 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이맘때쯤 농심의 중국 3억달러 매출 소식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겠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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