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리스크' 비켜 선 편의점 업계…올해 매출 14% 늘어날 듯
유통업체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민간소비는 올해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가 호황을 누리던 2000년 초반까진 △높은 경제성장률 △인구 증가 △소비를 주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활동 등이 민간소비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가계의 소비여력도 위축됐다. 주거비용은 가파르게 늘었고 사교육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민간소비가 단기간에 상승세를 이어가긴 어려운 여건이다.

유통업체, 기저효과로 실적 향상

유통업체들도 2010년 이후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2000년 초반에는 할인점과 백화점이 신규로 출점하면서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2010년 이후 점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제품 정보를 습득하고 있고 물류비용도 줄어들었다.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해외에 진출하거나 국내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도 모색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유통업체의 실적은 작년보다는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은 점포별 매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2% 안팎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회복세는 2015년 기저효과 때문이다. 작년 2, 3분기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유통업체의 실적이 큰 타격을 입었다. 작년 2, 3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반등해 4분기 접어들어 유통업체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였다.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세일행사의 영향이 크다.

편의점, 고공행진 이어간다

유통업계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은 눈에 띄게 호전된 실적을 내고 있다. 작년에 유통업계 매출이 떨어졌거나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렀지만 편의점의 매출은 30% 안팎 늘었다.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효과도 있지만 편의점 자체 매출이 늘어난 것도 크게 작용했다. 편의점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은 소비 행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1인가구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근거리 소량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도 소비 행태 변화에 대응해 간편조리식과 커피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고 경쟁력 있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높였다.

편의점이 상생모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통업체들은 2000년 초반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다가 2010년 이후 각종 규제에 묶여 성장폭이 줄었다. 기업형 유통업체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전통시장 입지가 축소됐다. 정부는 전통시장 보호 차원에서 기업형 유통업체에 대한 영업 규제에 나섰다. 편의점은 이런 ‘규제 리스크’에서 비켜갈 것으로 예상된다. 프랜차이즈 사업 형태인 편의점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60~70%를 자영업자가 가져가는 구조인데, 편의점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자영업자 입장에서 충분히 상생이 보장되는 구조다.

작년 담배가격 인상이라는 기저효과가 사라지지만 올해 편의점은 다른 유통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편의점 업계의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14%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편의점 매출증가율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고 신규출점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체별로 작년에 500개의 점포가 순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000개를 웃돌았다. 편의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올렸고 이에 따라 편의점을 신규로 운영하려는 자영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편의점 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대다. 글로벌 편의점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5%대인 만큼 국내 편의점 업계는 상품구성 변화를 통한 질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다. 국내 편의점은 담배, 음료수 판매점에서 ‘라이프스타일숍’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 커피는 물론이고 핀테크 추진 과정에서 편의점 유통망의 가치도 부각될 수 있다.

남옥진 < 삼성증권 소비재팀장 oj.nam@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