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문의 전화 1위 '왕비집'…블로그 평판 관리가 최고의 홍보

[상권지도-명동] 가이드 연계 없이 '하루 손님 1500명'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명동은 그야말로 ‘베테랑’들도 버텨내기 힘든 전쟁터다. 10년 이상 한자리에서 살아남아 명성을 떨친 음식점들은 물론 국내 대표적인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들도 모두 모여들여 경쟁을 해야 하는 상권이기 때문이다.

갈비정식 전문점인 왕비집은 지난 2010년 이 험난한 전쟁터에 출사표를 던졌다. 7년이 지난 지금 왕비집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한국관광콜센터 문의 전화 1위’ 업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등극하면서, 왕비집은 명동 내에서만 세 개의 점포를 운영할 만큼 가게를 확장하고 있다. 이 외에 종로와 시청 무교동에도 점포를 운영 중이며, 중국 상해 1호점도 곧 오픈 예정이다.

◆ 테이블마다 직원들이 일대일 서비스

하루 약 1500명. 명동 내에 있는 세 개의 점포만 따졌을 때 왕비집을 찾는 손님들의 수다. 점포 하나당 대략 500명 꼴이다. 점포마다 평균적으로 20개의 테이블이 있으니, 매일(오전 11시30분~오후10시) 쉴새없이 6~7번의 테이블 회전이 돌아야만 가능한 숫자다.

이중 중국인이나 동남아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비율은 60~70%에 달한다. 국내 대표적인 음식점들이 저마다 최고의 맛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명동에서, 왕비집이 이토록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그런에 이에 답하는 신경철 왕비집 대표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우리집은 관광 가이드를 통해 손님을 모집하는 데 지불하는 비용이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상권의 특성 상, 대부분의 고깃집들은 외국인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 가이드와 일종의 커넥션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이드가 중국인 관광객들을 식당으로 안내하면, 식당에서는 매출의 20%를 일종의 수수료로 떼어 주는 식이다.

그러나 왕비집에서는 7년 전부터 이 같은 관행을 과감히 거부해 왔다. 가이드와 손을 잡으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손님을 끌어 모을 수는 있겠지만, 이는 결국 ‘일회성 마케팅’일 뿐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굳이 가이드와 연계하지 않더라도 손님들이 제발로 우리집을 찾아올 만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전략이라 생각했다”며 “실제로 7년이 지나고 보니 가이드를 썼던 다른 집은 문을 닫았는데, 우리 집은 살아남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와의 커넥션 하나 없는’ 왕비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신 대표의 대답 역시 시원시원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바로 그 열쇠라는 것이다. 한국을 여행한 관광객들이 페이스북 등에 좋은 후기를 남기면, 이것이 바로 또 다른 손님을 불러 모으는 동력이 된다.

신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명동에 왔다 우연히 식당을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먼 곳까지 여행와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은 블로그 등을 열심히 뒤져보고 물어물어 이곳을 찾아오는 ‘목적형 손님’들이 다수”라고 말한다. 최상의 서비스 질을 유지함으로써 좋은 평판을 관리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신 대표는 “이처럼 SNS 상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데 결과적으로는 관광 가이드와의 커넥션을 거부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른 고깃집들이 매출의 20~30%를 애먼 수수료로 지불하는 반면, 왕비집에서는 이 비용을 고스란히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었다.

왕비집에서는 테이블마다 한 명씩 직원이 붙어 서서, 고객에게 한우고기를 직접 구워준다.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손님이 많은 특징을 고려해, ‘가장 맛있는 한우’를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다 보니 다른 매장과 비교해 인건비가 2~3배 정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 대표는 “처음에는 이 같은 투자가 자칫 ‘손해 보는 장사’로 비춰지기 십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고 덧붙였다.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왕비집의 서비스는 외국인 손님에게뿐 아니라 내국인 손님을 끄는 데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 대표는 “흔히 하는 실수가 외국인 손님을 잡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나 메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한국인 손님’들을 포기한다면, 이는 외국인과 내국인 손님을 둘 다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해인 인턴기자 hi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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