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변수에 설 땅 좁아진 배터리업계
배터리 업계는 당황했다.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준공한 것이 작년이다. 이제 막 물건을 팔려고 하는데, “팔지 말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다. 다름 아니라 중국 정부가 지난 1월14일자로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업체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앞으로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조치 얘기다. 전기버스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차종이다. 세계 1, 2위를 달리는 LG화학과 삼성SDI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다.

당혹스러운 건 업계만이 아니다. 정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게 작년 12월20일이다. 한 달도 안돼 FTA의 기본정신을 훼손할 만한 일이 터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부는 FTA 기본정신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을 토대로 시정을 위해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통상 문제로 삼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섣불리 제소했다가는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어서다. 2000년 중국산 마늘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다가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출이 중단되는 일을 겪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당시는 중국이 WTO 가입 전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달리진 징후는 없다. 인텔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조차 중국에서 특허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걸 문제 삼았다가는 중국 장사를 포기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 말을 안 들었다가 쫓겨난 구글처럼 말이다.

더욱이 최근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으로 중국 정부가 예민해져 있다. 일부에서는 배터리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조치가 사드와 관련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번 조치는 어쩌면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은 사드를 엄청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어서다.

세계적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재계다. 중국 시장에서마저 어려워진다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비즈니스의 미래를 가늠할 잣대가 이번 배터리 논란인 것 같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