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2월이면 주택대출 수요가 많은데 오늘은 대출상담 신청도 거의 없습니다.”(우리은행 서울 대치역지점 관계자)

주택담보대출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여신심사 선진화방안’ 시행 첫날인 1일 주요 은행 창구는 대체로 한산했다. 새 심사 방안은 집값(담보가치)보다 소득 수준을 따져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이자만 우선 내는 거치식·일시상환 대신 비거치식·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까다로워진 대출심사 탓에 소비자의 불만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이날 영업점 창구는 조용했다는 게 은행들의 분석이다.

인천 부평의 신한은행 산곡중앙지점 관계자는 “1000만~2000만원 정도의 소액대출도 새 대출심사 기준을 따라야 하느냐는 문의가 몇 건 있었을 뿐 오늘 하루 신규 주택대출 문의는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대출상담이) 많을 때는 하루 평균 10건 정도 들어왔는데 최근엔 1주일에 4~5건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아파트 대출 수요가 많은 KEB하나은행 중계동지점 관계자도 “새 심사 방안 시행을 앞둔 지난주에는 대출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있었는데 오늘은 대출 상담차 지점을 찾은 손님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김포의 신한은행 풍무지점 관계자는 “통상 주택대출 비수기인 1월이 지나면 2월부터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정부가 주택대출을 조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은행 대출을 조이면서 그 여파로 보험사·저축은행 쪽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52조원, 저축은행·보험업계의 대출잔액은 98조원 정도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은행권 주택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넘어오지는 않고 있다”며 “새 대출심사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2주 정도는 지나야 (대출 수요 변화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김은정/박한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