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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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 간 특허 분쟁이 일어났듯이 특허출원이 급증하는 스마트카와 지능형 로봇,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IoT)은 다음 전쟁터가 될 것입니다.”

최동규 특허청장(사진)은 지난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마트폰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특허 분쟁이 발생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청장은 행정고시 29회로 특허청에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FTA 정책관, 주케냐 대사를 거쳤다. 국가 간 통상협상 능력을 겸비한 지식재산(IP) 분야 국제통으로 불린다.

국내 기업이 겪은 해외 특허 분쟁은 정보통신(43%)과 전기전자(36%) 분야에서 주로 발생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면서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한 분야들이다. 이들 분야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특허청에 가장 많은 특허 등록이 신청되고 있다.

중국 기업, 특허 괴물과의 분쟁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정부도 이에 대비해 중장기 특허 전략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 청장은 “특허는 먼저 권리를 주장하고 지키는 자의 편”이라며 “국내 기업과 상표권 분쟁이 늘고 있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먼저 현지 지재권 등록을 통해 법적인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청은 글로벌 특허 전쟁에 대비해 불필요한 특허 소송을 줄이고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중점 과제로 추진하는 무효심판제도 개선안도 같은 맥락이다. 현행 특허 무효심판제도에서는 1심인 특허심판원에 무효를 증명할 증거를 모두 제출할 필요가 없다. 상급심인 특허법원에 새로운 증거를 제출할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 집단인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은 증거가 상급심에 제출돼 특허 무효 판결이 나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심판원에 청구된 무효심판 청구 중 45%가 무효 판결을 받았다. 최 청장은 “현행 제도의 이 같은 허점 때문에 2심에서 심판원의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이유로 특허 분쟁 기간이 길어지고 기업이 감내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경쟁사의 발목을 잡은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허 강국 미국과 일본은 모든 증거를 심판원에 제출하고 심판원에서 모든 기술적 사항을 판단하게 하고 있다. 법원은 심판원의 판단을 반영해 법적인 부분만 검토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2012년 무효심판제도를 도입해 평균 20만~800만달러에 이르는 소송 비용을 20만~40만달러로, 2~3년 걸리던 분쟁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줄였다. 최 청장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판원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판단하도록 제도가 바뀌면 경쟁사의 발목을 잡기 위한 시도를 막을 수 있고 불필요한 소송으로 확산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배타적 성격이 강한 특허에서도 기업 간 상생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전기차 특허 200건을, 일본 도요타는 수소차 특허 5680건을 개방해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지난해 중소기업에 특허를 개방했다. 최 청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개방한 특허 중에는 숨은 보석이 많다”며 “중소 협력업체들이 이를 활용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얻고 대기업도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규 청장은 △1959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행정고시 29회 △특허청 기획예산담당관실 △미국 마이애미대 로스쿨 졸업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 △외교통상부 통상전문관·자유무역협정 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FTA 정책관 △주케냐대사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