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일본 마이너스금리로 금융사 수익 악화…기업대출 줄 수도
지난 29일 일본은행(BOJ)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결정했다. 물가상승률을 2%로 올리겠다는 일본은행의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려운 가운데 연초부터 요동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과 함께 일본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엔저(低)와 주가 상승에 힘입었던 일본 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어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 완화를 결정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금융회사의 일본은행 당좌예금(예치금)을 세 가지로 구분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즉, 2015년 1월에서 12월까지의 평균 잔액을 기준으로 한 기존 예치금(기초잔액)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0.1%의 금리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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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합리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예치금(거시가산 잔액)에는 0%의 금리를 적용하고 일본은행이 초과 예치금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정책금리 잔액)에만 -0.1%의 금리를 적용한다. 결국, 앞으로 늘어나는 일본 금융회사의 일본은행 예치금 중 일부에 대해서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면서도 이처럼 세심하고 복잡한 정책구조를 취한 것은 일본계 금융회사의 수익성 악화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일본계 은행으로서는 예치금금리를 마이너스로 설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앙은행에 맡기는 여유자금에 대한 금리가 마이너스로 변화하면 손실을 입는 문제가 발생한다.

일본은행의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중소 금융회사의 경영에 파장이 클 수도 있어 일본은행의 정책 발표로 일본계 은행들의 주가는 급락을 면치 못했다. 물론 이번 일본은행의 정책 의도대로 금융회사들이 대출이나 투자를 늘려 수익을 확대하고 일본 경제도 활성화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민간부문의 자금 수요가 부진해 쉽지만은 않다.

이와 같이 부작용이 우려스러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존 금융완화 정책의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 보유액을 연간 80조엔씩 확대하겠다는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을 위해서는 일본은행이 기존 국채 만기 도래 상환분을 포함해 연간 120조엔어치의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

기존 금융완화의 한계 극복

2016년도 일본 정부 예산의 신규 국채 발행액이 34조4000억엔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은 이미 어느 정도 한계에 가까운 수준일 수도 있다. 추가 양적 완화는 이런 한계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의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하면 2017~2018년에는 한계에 도달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한 바 있다. 따라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은 기존 금융완화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일본 경제 상황이나 엔화의 향방에 따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0.1%)를 추가적으로 인하하면서 금융완화 정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금융완화 정책 발표로 연초 이후의 엔고(高) 압력이 약해져 각국 증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안전통화인 엔화로 투자가 몰리면 신흥국 금융불안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유로권과 함께 일본의 추가 금융완화가 기대됐던 것이다. 다만, 이번 금융완화 정책은 마이너스 금리 수준이 낮고 마이너스 금리 적용의 범위에도 한계가 있어 1, 2차에 걸친 금융완화 정책에 비해 엔저 효과 등은 한정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책 발표가 나온 29일 엔화 환율은 전날 대비 1.9% 정도의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처음으로 도입한 2013년 4월4일의 3.3%, 2차 금융완화 정책을 결정한 2014년 10월31일의 2.8%에 비하면 효과가 떨어진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일본은행이 엔고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엔저를 지나치게 유도하는 것은 신흥국 경제 불안을 오히려 심화시켜 글로벌 환율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금융완화 정책의 강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ECB)도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일본 기업의 자금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도 일본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크게 확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마이너스 금리로 일본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오히려 중소기업 등에 대한 융자를 줄일지도 모르는 부작용이 있다.

일본 경제 부양에는 한계

원래 아베노믹스는 대폭적인 금융완화라는 단기 처방으로 시간을 버는 사이에 근본적인 성장전략에서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신성장산업 육성 등 일본 정부가 시행한 각종 성장전략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인구 고령화로 일본 시장의 미래에 확신을 갖지 못한 일본 기업들이 선뜻 투자 확대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장전략의 효과가 잘 나오지 않아 단기 정책으로 도입한 비정상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할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아베노믹스의 어려움은 저성장이 우려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베노믹스의 각종 정책도 이미 일본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이전되고 저출산, 인구 고령화의 폐해가 확산된 시점에서는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저성장과 함께 물가나 성장에 대한 기대 수준이 떨어지면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아베노믹스와 같은 정책을 일본 정부가 좀 더 일찍 추진했다면 일본 경제의 부활이 보다 탄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한국, 선제적 성장전략 절실

한국도 저출산,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 위험을 막기 위한 각종 개혁과 성장전략을 선행적으로 추진해 기업과 소비자의 저성장 기대 자체가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폐해를 봉쇄할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오랫동안 방황하고 위기를 겪고 난 뒤에는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해도 그때는 이미 실기(失機)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지평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