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한국도 경기 심각한데…고민 깊어진 한은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하는 등 금융 완화에 나서자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졌다. 똑같이 경기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한은만 ‘금리 인하 카드’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1%로 결정한 데 대해 한은 관계자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연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해왔다”며 “중국 경제 둔화가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재작년부터 금리를 내려 사상 최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인하 기대감이 적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추락하면서 전기 대비 0.6%에 그쳤을 뿐 아니라 최근 경제심리도 좋지 않아서다.

한은의 물가목표치도 일본과 같은 연 2.0%(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금통위 직후 “물가목표는 중기적 시계에서 지향하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동원했다는 것은 한은에도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로 엔화 약세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부에서는 한국도 ‘환율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총재는 그동안 가계부채 급증 등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강조해 왔다. 금리를 내리면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1분기 경기지표가 금리 결정의 변수가 될 것”이라며 “소비개선 흐름이 나타나지 않으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