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할랄 화장품 시장규모 연 100조원
동남아시아에서 이슬람 율법을 따른 ‘할랄(halal)’ 화장품 및 생활용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일본 등 글로벌 기업이 연간 10조엔(약 100조원)에 이르는 관련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그룹은 연내 말레이시아에서 자체 상표(PB) 제품인 샴푸와 비누를 판매할 예정이다.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할랄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 현지 인증기관인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에 인증을 신청했다. 인증을 받으면 할랄 마크를 붙여 판매한다. 할랄 인증을 얻기 위해서는 돼지고기, 알코올(술) 등 금지된 원료를 사용해선 안 된다.

일본 로토제약은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하는 립밤 제품에 할랄 마크를 붙여 출시했고, 화장품업체 시세이도도 할랄 인증을 받아 스킨케어 화장품 ‘자(Za)’를 판매 중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인도네시아 국립 보고르농대와 제휴해 식품, 생필품에서 일본 기업의 할랄 인증 취득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작년 11월 시작했다. 이 대학은 할랄 인증 획득에 필요한 절차 수행과 서류 작성을 지원하고 기업에 생산 공정 변경도 제안한다.

세계적인 기업도 할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보디용품, 영국 유니레버는 치약에 할랄 마크를 붙여 판매하면서 무슬림의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할랄 화장품 브랜드 ‘와루다’는 최근 5년간 시장점유율이 1%에서 5%로 높아졌다. 할랄 화장품은 원료 공급 단계에서 관리가 필요해 독일 바스프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할랄 인증을 받는 데 문제가 없는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기업이 동남아 할랄시장에 공들이고 있는 것은 이들 지역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화장품과 샴푸, 치약 등 생필품 소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이 화장품이나 생필품에 대해선 음식처럼 엄격하게 율법을 따르는 편은 아니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소비자가 원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