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투자한 정보기술(IT)업체 두나무가 삼성증권과 손잡고 출시하는 모바일 자산관리 플랫폼인 맵(MAP:Managed Account by Professional)은 국내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출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봇과 투자자문가(어드바이저)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이용한 자동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뜻한다.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돌아가던 자산관리 시장을 대중화하는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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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삼성증권 시너지 기대

MAP 서비스는 카카오증권플러스 앱을 운영하는 IT업체 두나무가 전담한다. 카카오는 작년 9월 두나무와 증권·금융 서비스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카카오 금융사업을 맡기고 있다. 두나무는 100% 자회사 두나무투자일임을 통해 투자일임업 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고객 계좌를 직접 운용하는 데 따른 법적 문제는 없다. 송치형 두나무 대표는 “카카오라는 플랫폼과 IT의 결합을 통해 온라인 자산관리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는 삼성증권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뉴미러링시스템’을 독점 공급받는다. 이 기술은 특정 계좌의 포트폴리오를 고객 계좌에 동일하게 실시간 복제하는 시스템이다.

두나무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10여개 입점 자문사·운용사가 짠 투자포트폴리오를 실시간 복사해 일임받은 고객 계좌를 운용하게 된다. 삼성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등 입점 자문사·운용사는 고객 맞춤형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제공한다. 개인 고객은 모바일 MAP 앱과 다음 포털을 통해 입출금 현황, 투자성과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문 시장 대중화 성공할까

두나무는 카카오증권플러스 앱의 편의성과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투자일임시장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소 가입금액을 500만원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연간 수수료도 기존의 절반 수준(투자금의 1%)만 받기로 했다. 수수료는 두나무투자일임과 입점 자문사가 7 대 3의 비중으로 분배하기로 했다. 배성우 두나무투자일임 대표는 “삼성증권이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 주식중개 첫해 특허권 사용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온라인 및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30~40대를 중심으로 고객층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월 활성 사용자만 25만명에 달하는 카카오증권플러스 앱 이용자가 1차 고객이다. 이달 중 다음 포털의 금융 코너에 MAP 서비스를 연결해 사용자 유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향후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서도 고객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 대표는 “연내 최소 240만명의 이용자가 MAP 서비스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MAP 서비스의 성패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로보어드바이저 등 온라인 자문업 활성화 방안’에는 투자일임의 비대면 계약 허용이 빠졌다. 자문업 계약은 온라인에서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 투자를 실행하는 투자일임 계약은 증권사나 은행 창구를 통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 프로그램의 안정성 확보가 우선”이라며 “온라인 투자일임 계약 허용은 향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수준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투자일임에 대해서도 비대면 계약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훈/허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