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성계에게 배우는 기업가 정신
14세기 중반 고려와 원나라는 권문세족의 부패와 무능으로 기울고 있었다. 기업으로 치면 태동기에 지녔던 혁신 의지가 실종된 채 지배구조의 낮은 투명성에 따른 비효율적인 경영 판단으로 운영됐다. 고비용과 저효율 시스템이었다.

주원장과 이성계는 역동적인 새 모델을 구상했다. 주원장은 원을 통치하던 몽골족을 쫓아내고 한족(漢族)의 명나라를 세웠다.

이성계는 신흥 세력을 규합해 전통 귀족을 몰아내고 성리학에 바탕을 둔 조선을 건국했다. 이들은 강력한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시대 정신에 맞는 기업을 일군 창업주들과 다름없다. 도전정신이야말로 새로운 세상과 기업을 일구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는 “뜨거운 열정보다 지속적인 도전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사로 본 비즈니스 전략》은 조선의 역사에서 기업과 경영 전략에 대한 지혜를 배우는 책이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고, 개인과 기업의 역량을 제고해 경쟁 우위를 유지해갈 수 있는 전략을 500여년 역사에서 찾는다.

이성계가 기업가 정신을 대변한다면 세조와 한명회는 상사와 부하 직원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 가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성종을 치마폭에 안았던 어우동과 남자들을 사로잡은 황진이, 숙종과 애증의 세월을 보낸 장희빈은 마케팅 기법의 진수를 가르쳐준다.

이지함의 토정비결은 미래 전략의 지침서이고. 김만중은 당대 사람들의 핵심 정서를 건드리는 법을 보여준다.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권력투쟁에는 변화 전략 로드맵이 담겨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