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측 "항고 여부 검토하겠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유동성 위기 당시 계열사끼리 기업어음(CP)을 거래해 부도를 막은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검찰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은 CP거래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와 금호석유화학이 각각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고소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2009년 12월30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런데 워크아웃 신청 당일과 다음날 금호석유화학·금호피앤비화학·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8곳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CP 1천336억원어치의 만기를 최대 15일까지 연장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형 박삼구 회장과 동생 박찬구 회장은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등을 돌렸다.

박찬구 회장이 경영하는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의 재무구조와 상황이 극히 부실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CP매입을 결정해 165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혀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경제개혁연대도 "CP매입은 당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금호산업을 지원하려는 박삼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계열사 부당 지원"이라며 고발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같은 사안을 두고 작년 11월 "워크아웃 신청 이후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CP 만기를 연장한 것"이라며 계열사 부당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 역시 회사에 고의로 손해를 끼치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박 회장에게 이달 12일 무혐의 결정을 통보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무혐의 처분에 대해 다시 수사해 달라고 항고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형사 사건과 별개로 금호석유화학이 작년 6월 박삼구 회장과 기옥 전 대표를 상대로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103억원을 지급하라"고 낸 민사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금호석화는 "박 회장 등이 주도해 금호석화가 금호산업의 CP를 매입하도록 해 165억원을 회수하지 못했고 출자전환과 조정이율에 따른 손해액 등을 고려했을 때 103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박삼구 회장은 작년 말 금호산업 채권단에 7천228억원을 완납하고 경영권 지분을 되찾아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작업의 큰 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과정에 공익법인과 소속 자회사를 동원해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게 했다며 배임혐의로 이달 중 고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