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 삼킨 카카오, 네이버와 싸움판 키운다…해외 경쟁 예고
[ 최유리 기자 ]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사(社)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를 삼키면서 네이버와의 싸움판을 키울 전망이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맞수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대결을 예고하면서다. 특히 한류 콘텐츠를 업은 두 회사는 관련 사업에서 맞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1일 카카오는 로엔의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살림을 합친 후 최대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킨 셈이다.

통 큰 투자로 카카오가 노리는 것은 해외 시장이다. 그간 시장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핵심 서비스인 메신저 '카카오톡'의 글로벌 이용자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도 새로운 '한 방'을 내놓게 한 배경이다. 지난 3분기 카카오톡의 해외 월간활동사용자수(MAU)는 92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줄었다.

로엔은 국내 1위 음악 콘텐츠 플랫폼인 '멜론'을 서비스하고 있다. 멜론은 국내 최대 규모인 2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서비스다.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가 내다보는 시너지는 음악 콘텐츠를 넘어선다. 로엔이 최근 아티스트 관련 상품을 파는 커머스 사업에 이어 콘서트 티켓 예약, 동영상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중국 인터넷 미디어 기업인 'LeTV'와 중국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2조원에 가까운 몸값을 지불한 것은 음악 외에 여러 콘텐츠에서 사업성을 봤기 때문"이라며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그 만큼 절실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카카오가 시장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네이버와의 경쟁 무대도 넓어질 전망이다. 특히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서비스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개인방송 서비스인 '브이(V)'를 내놓은 바 있다. 한류 스타들의 공연이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면서 해외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베트남 등 해외 현지 연예인도 참여하는 등 콘텐츠 폭을 넓혔다.

카카오도 로엔의 콘텐츠와 시너지를 노린 만큼 비슷한 서비스 영역에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콘텐츠를 매개로 쇼핑, 결제, 게임 등으로 사업을 연계할 경우 국내와 같은 서비스별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자 카카오가 함께 크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길게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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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