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이 10월22~2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유니버설발레단이 10월22~2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2016년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기를 맞아 당신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 ‘겨울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국립극단은 지난해 초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에게 작품 연출을 의뢰했다.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타계한 지 400년이 되는 올해 국립극단의 첫 작품을 알폴디와 함께하고 싶어서다. 알폴디는 2008년 헝가리 국립극장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뒤 ‘줄리어스 시저’ 등 셰익스피어 작품을 파격적으로 해석한 무대를 잇달아 선보이며 세계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진 연출가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국내 무대에 자주 오르지 않는 ‘겨울이야기’를 현대적 시선으로 연출한 참신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다”며 “‘용서와 화해’를 다룬다는 점에서 지금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의 울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공연계 달구는 '셰익스피어 열풍'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인 2014년부터 불기 시작한 세계 공연계의 ‘셰익스피어 열풍’이 올해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등 대중적인 작품부터 ‘겨울이야기’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셰익스피어가 남긴 희곡들이 연극·오페라·발레 무대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김 감독은 “세계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사회와 인간을 비추는 거울로 사용하고 있다”며 “인간의 어둡고 어리석고 불확실한 존재성을 셰익스피어만큼 진실하게 비추는 거울이 아직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0~24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겨울이야기’가 올해 국내 셰익스피어 공연의 포문을 연다.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완성한 희비극인 이 작품은 남편의 질투에서 시작된 비극과 긴 기다림 끝에 이뤄지는 화해와 용서를 다룬다. 국립극단은 오는 4월 영국 글로브극장 투어 및 유럽 해외공연으로 호평받은 왕시아오잉 연출의 ‘리처드 3세’를 초청 공연한다. 2012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동 제작하며 교류 협약을 맺은 중국국가화극원 배우들이 내한해 공연한다. 12월에는 고대 국가 일리리아를 배경으로 쌍둥이 남매가 얽힌 좌충우돌 사랑이야기를 그린 ‘십이야’를 임형택 연출로 올린다.

서울시극단은 올해 모든 정기공연을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채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새해 첫 문을 가족음악극 ‘템페스트’(1월13~31일)로 연다. 이어 ‘헨리4세-왕자와 폴스타프’(3월29일~4월14일)와 햄릿을 국내 버전으로 번안한 ‘함익’(9월30일~10월16일)을 준비한다. 두 작품 모두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한다.

LG아트센터는 10월12~14일 덴마크 리퍼블리크시어터와 영국 컬트밴드 타이거릴리스가 협업한 음악극 ‘햄릿’을 초청해 선보인다. 원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골라 21개의 곡을 입혀 노래와 대사를 교차시킨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바탕으로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맥베드’(11월24~27일)를 공연하고, 국립오페라단은 샤를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12월8~11일)을 호주 출신 명장 엘라이저 모신스키의 연출로 선보인다.

발레도 셰익스피어 열풍에 동참한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아시아에서는 처음 라이선스를 획득한 뒤 공연해 큰 인기를 누린 희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23~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다시 올린다. 말괄량이 카테리나가 신사 페트루키오의 단아한 아내가 되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10월22~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4년 만에 선보인다. 원작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애절한 몸짓으로 풀어낸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아름답게 묘사한 발코니 2인무가 백미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제임스 전 예술감독이 재해석한 ‘한여름 밤의 꿈’(11월11~1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을 무대에 올린다. 셰익스피어가 작품 해설자로 무대에 등장하고, 알아보기 쉬운 마임을 주로 써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

고재연/선한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