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빛낼 '핀테크 스타트업 톱10'] 핀테크 개척자들 "인터넷은행 시대, 실력 제대로 보여주겠다"
핀테크(금융+기술) 경쟁력을 갖춘 곳이 미래 금융을 주도하게 된다. 누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첨단 핀테크로 무장한 K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면 금융권 전반에 핀테크 활용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핀테크업체로서는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호기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금융위원회 글로벌핀테크연구원과 함께 ‘올해를 빛낼 10대 핀테크 기업’을 선정한 것은 이들의 기술력과 혁신 아이디어가 금융계 전반으로 확산돼 ‘금융 강국’을 앞당기자는 취지에서다.

기존 금융의 틀을 깬다

김현진 베리머니 대표는 휴대폰 번호에 기반해 전 세계 누구에게나 현금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2001년과 2007년 미국 페이팔과 비슷한 온라인 결제 회사를 세웠지만 사업화에 실패한 뒤 2013년 또다시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송금 플랫폼이 사용자 친화적인 데다 다양한 통화로 거래할 수 있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게 김 대표의 포부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주요 12개국 통화는 물론 비트코인까지 송금할 수 있다.

삼성 계열사 출신인 김우섭 피노텍 대표는 2013년부터 인터넷은행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대법원 은행 등 전산시스템과 연계해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본인 및 담보물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사 단체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인정받은 만큼 K뱅크나 카카오뱅크와 제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12년 대학 졸업 직후 창업에 뛰어든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할인이나 적립금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를 골라주는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2600종에 달하는 국내 신용카드의 데이터를 모두 취합했다. 지난달 초 고객의 구매 결제 내역을 자동으로 분석해 맞춤형 신용카드를 추천해주는 ‘뱅크샐러드’ 앱을 선보였다.

미래 금융 기술 개척

김우식 (주)핀테크 대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내역을 분석해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 등에서 활용 중이다. 하나은행 출신인 김 대표는 “소비행동 패턴과 심리 분석 등으로 중금리 대출 고객을 발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AIM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최근 시범 서비스에서 위험 성향에 따라 2.1~5.4%의 분기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대표는 “모의투자 고객이 사이트를 통해 제시한 투자 희망 금액을 실제로 모금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백준 틸론 대표는 온라인 전자계약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회사를 포함해 병원 공공기관 등에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전자문서에 서명하면 사전에 등록한 본인 서명과 바로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며 “증권 계좌 및 보험 청약은 물론 은행 대출과 입·퇴원 수술 동의서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박차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근접무선통신(NFC)을 기반으로 스마트폰끼리 바로 송금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등 6개국에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황 대표는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이 같은 ‘폰투폰’ 결제 시스템을 선보인 뒤 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올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홍채 보안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김성현 이리언스 대표는 “홍채 인증은 가능한 비밀번호 조합이 10의 52승에 달해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며 조만간 해외 기술 수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웹드라마 영화 등 한류 상품에 특화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운영 중인 김재면 메이크스타 대표는 “현재 150개국 해외 팬들의 펀딩 참여율이 40%에 달한다”며 “조만간 스페인어 버전(기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을 추가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한류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호기/추가영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