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2015 무역

수출과 수입이 12개월 연속 동반 감소해 지난해 한국 교역 규모가 5년 만에 처음으로 1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의 수출이 일제히 감소하는 가운데 작년 수출 실적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의 수출 순위는 프랑스를 제치고 한 단계 상승, 세계 6위에 올라섰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연간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인 904억달러를 기록했다.
[2015 수출·수입 결산] 화장품·OLED·휴대폰 힘냈다…수출 프랑스 제치고 세계 6위
12개월

작년 한 해 동안 수출과 수입은 12개월 내내 나란히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은 한 차례도 빠짐없이 매월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수출과 수입이 12개월 연속 동반 감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기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한국의 수출과 수입은 12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수출로 성장해온 한국 역사에서 1년 내내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입 실적은 연초부터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9640억달러

2011년 1조796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연 뒤 2014년까지 매년 한국의 교역 규모는 1조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4년 연속 이어진 1조달러 초과 기록은 지난해 이어지지 못했다. 유가 하락으로 주요 수출품목인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단가가 하락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중국과 신흥국 등의 경기 부진으로 철강,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도 줄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각각 36.6%와 21.4% 감소했다. 두 제품에서만 총 289억달러 수출이 감소해 연간 총수출 감소분(455억달러)의 64%를 차지했다.

904억달러

지난해 무역 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인 904억달러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14년 472억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규모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 단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철강 수입은 24.9%, 가스는 41.0%, 원유는 41.8%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전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었다. 원자재 교역이 많은 중동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은 42.3% 감소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으로부터는 27.6%, 인도로부터는 19.6% 수입이 줄었다.

세계 6위

2014년 세계 수출 순위 7위였던 한국은 지난해 프랑스를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세계 7대 수출국 중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수출이 한국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럽 국가들의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이 7.9% 감소한 반면 수출 3위인 독일은 11.6%(이하 WTO 집계. 10월 말 기준), 4위 일본은 9.5% 감소했다. 5위인 네덜란드(16.5%)와 7위 프랑스(13.6%)의 감소폭도 컸다.

베트남 현지 휴대폰 생산공장 등으로의 수출이 늘면서 베트남이 한국의 3위 수출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4위로 밀렸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