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스텔라 매카트니의 인조모피 코트, 부드러운 촉감·결 살린 인조모피 코트 스텔라 매카트니, 다양한 인조모피 색상·디자인 연출한 프리마돈나
사진 왼쪽부터 스텔라 매카트니의 인조모피 코트, 부드러운 촉감·결 살린 인조모피 코트 스텔라 매카트니, 다양한 인조모피 색상·디자인 연출한 프리마돈나
원래 ‘짝퉁’은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그런데 최근 패션시장에선 당당하게 가짜임을 드러내 오히려 잘 팔리는 것이 있다. 바로 인조 모피다. 물론 매장에서는 인조 모피라는 말 대신 ‘뭔가 있어 보이는’ 다른 표현을 쓴다. 주로 페이크 퍼(fake fur)나 에코 퍼(eco fur), 하이 포 퍼(high faux fur) 등으로 부른다. 동물에 해를 가하지 않고 인공 소재로 모피 특유의 고급스러운 멋을 냈다는 뜻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연간 5000만마리에 가까운 동물이 모피 의류 제조과정에서 도살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여우털 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 11~45마리가 희생되고, 토끼털 코트엔 30마리, 밍크 코트엔 55~200마리가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한다는 것이다. 한동안 모피가 외면받았던 데는 이런 비윤리적 생산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잖이 작용했다.

최근 출시된 페이크 퍼 제품은 20~30대에 잘 어울리는 화사한 디자인이 많아 젊은 층에도 인기가 좋다. 코트 재킷 조끼 등의 외투류는 물론 가방이나 잡화류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탁창웅 LF 차장은 “페이크 퍼는 천연 모피보다 낮은 가격으로 훨씬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고,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조모피 스트리트 패션 선보인 나크21(좌)·캐주얼 느낌 인조모피 점퍼 질 바이 질스튜어트(우)
인조모피 스트리트 패션 선보인 나크21(좌)·캐주얼 느낌 인조모피 점퍼 질 바이 질스튜어트(우)
명품급 브랜드부터 중가의 남성복과 여성복, 저가의 제조·직매형 의류(SPA)까지 인조 모피를 널리 활용하는 추세다. 살아있는 동물에서 나온 재료를 일절 쓰지 않기로 유명한 세계적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인조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촉감과 결을 살린 페이크 퍼 코트를 선보였다. ‘구호’와 ‘질 바이 질스튜어트’는 밍크 코트나 캐주얼 점퍼 느낌의 페이크 퍼 제품을 내놨고, LF의 여성 편집매장 ‘앳코너’는 올겨울 페이크 퍼 제품 물량을 작년보다 열 배 늘렸다. ‘에잇세컨즈’가 인조 모피를 활용한 스웨트 셔츠나 숄더 백을 출시했고, ‘스타일난다’ ‘나인’ ‘나크21’ 등의 중저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페이크 퍼 전문 브랜드를 표방한 ‘래비티’ ‘몰리올리’ 등도 등장했다.

페이크 퍼는 관리가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구입 후 처음에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이후에는 물세탁을 해도 상관없다. 세탁기에 돌린 뒤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리는 게 좋다. 페이크 퍼의 털은 보통 아크릴 소재여서 햇빛에 말리면 색이 바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훈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소재R&D팀 책임은 “소재 자체에 탄성과 회복력이 있으므로 눌리거나 엉킨 부분은 툭툭 털어주고 브러시로 빗어주면 원래의 형태로 복원된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