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정 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오 정 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희망찬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박근혜 정부 4년차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가 사실상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를 재도약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중요한 해인 것이다.

그러나 새해, 한국 경제를 엄습해 오는 위기는 간단치 않다. 내우외환이 ‘퍼펙트 스톰’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유가 하락의 외환(外患)에다 부진한 수출과 기업 구조조정, 벽에 부딪친 구조개혁과 규제혁파, 선거철을 맞은 정쟁 가열의 내우(內憂)가 만만치 않게 도전해 오고 있다. 새해 한국 경제는 위기 극복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외환(外患)부터 보면 새해 글로벌 경제는 성장의 축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대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회복이 빠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회복이 더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국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등 통화정책의 대분산으로 인한 국제 금융 불안이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새해에도 서너 차례 지속되면서 신흥국의 자본 유출을 가속화시키고 외화 유동성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들을 위기로 몰고 갈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유가 폭락으로 산유국의 건설 플랜트 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내우(內憂)를 보면 수출 부진으로 기업 부실이 급증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 중견·대기업이 3300여개나 되고 좀비·중소기업은 3만여개에 이르고 있다. 투자는커녕 기업 구조조정과 살아남기 위한 사업재편이 초미의 과제다. 조선,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오던 한 축이 완전히 붕괴 직전이다. 부실 부문을 그대로 두면 기업 부실이 금융 부실로 전이되고, 이는 금융위기로 비화돼 대량 실업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 금융위기의 역사적 교훈이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노동개혁법’,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은 야당의 벽에 부딪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 문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표류 중이고 규제혁파도 오리무중이다. 이처럼 내우외환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위기 대처보다는 선거철을 맞은 정치권의 정쟁과 연이은 노조의 시위 파업이 영락없이 ‘1997년 데자뷔’다.

눈앞에 다가오는 위기를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들은 위기 때 오히려 단결해 이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화합과 협력으로 돌파하면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우선 위기가 오면 만사가 끝나는 것이므로 예방이 급선무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탈동조(great divergence)에 따른 슈퍼달러와 초엔저,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응한 외화유동성 확보, 엔화와 위안화 약세에 부응한 점진적 원화 약세, 과도하게 불안정한 자본이동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 추락하고 있는 경제와 기업·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고려한 최소한의 금리 인상 등 적정 거시정책 조합이 중요하다.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를 통한 기업 투자환경 개선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등 미시적 경제활성화 대책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기회도 있다. 글로벌 저성장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국과 영국의 경제 회복, 인도와 베트남 경제의 선방,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새해부터 출범하는 인구 6억명의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한국 경제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1997년 위기 같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갖고 정파나 이념을 떠나 위기 극복을 위해 전심전력한다면 재도약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2016~2017년 정치의 계절에 정치권과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의 자숙도 절실하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초빙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