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으로 본 2016] "4월 총선서 기존 정치지형 바꿀 정치 신인·여성 대거 등장할 것"
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병(丙)은 양화(陽火)이며 세 번째 천간으로서, 모든 성장 내지 발전을 상징하는 오행이다. 丙은 양기(陽氣)가 가장 강한 화기(火氣)를 지니고 있으며 만물이 확연히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때다. 丙은 원래 ‘물고기의 꼬리’를 상형한 문자이지만 후대로 오면서 뜻이 바뀌어 불, 남방, 태양, 문명시대, 예의, 밝음, 광기, 사사로움이 없음, 용광로의 불, 열정, 화려함, 공명정대, 독립성 등의 의미도 아울러 지니게 됐다.

그런데 이 글자에는 만물의 끄트머리, 즉 마지막 양기라는 의미와 함께 죽은 자를 제사 지내는 집인 재실(齋室)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새해에는 좋은 일도 많지만 궂은일도 그만큼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즉, 외화내빈(外華內貧)의 형국을 면치 못할 수도 있는 것이 2016년의 국운이라는 것이다. 936년 고려가 후백제를 멸망시키고 전국을 통일한 일, 1356년 고려 공민왕 때 쌍성총독부를 무력으로 회복하고 관제를 개혁한 일, 1896년 독립협회 발기로 독립문을 건립한 일, 1956년 신익희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유세 도중 이리에서 급사한 일 등은 이에 대한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병화(丙火)는 태양의 열화(熱火)로 천간 중에서 양 기운이 가장 강하고 또 그 열과 광명의 정기로 인해 만물의 생육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병신년에는 불기운이 지지인 신금(申金)으로 인해 자신의 기세를 제대로 펼 수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천간 병화는 합하는 것을 좋아해 밖의 신금과 화합해 수(水)로 변하고 또 그 수가 지지인 신금의 도움을 받아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병화는 자신의 성정인 밝음과 굳셈 및 공명정대함을 잃어버리고 냉혹하고 편협하며 박정한 존재로 변하게 된다.

이는 현실에서 공권력의 강화와 법 지상주의로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기도 한 4월 총선에서는 언론이나 세간에서 하는 말처럼 여당이 압승하기는 매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의 정치지형을 바꿀 많은 정치 신인들, 특히 여성 정치인들의 대거 등장과 약진일 것이다.

새해는 원숭이의 해다. 원숭이는 십이지지의 아홉 번째 동물로서 양금(陽金), 음력 7월, 오후 3~5시, 서남방, 역마살, 번개, 귀신, 수도(首都) 등을 표상하며 그 성정은 하강, 응집, 결실, 관통, 변혁 등으로 표출된다. 이런 점에서 매우 바쁘고 소란스러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이와 동시에 구조조정을 통한 국가기관의 법제적 정비와 행정적 시스템을 새롭게 짜는 해가 될 전망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하고 염려해야 할 점은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앞세우는 시위나 소요 및 집단 난동 같은 것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신(申)은 천간 경금(庚金)의 이치와 기질을 그대로 계승해 만물이 구체적인 결실을 보도록 도와준다. 분산된 기운을 흡수하거나 상승한 기운을 하강시켜 만물이 제때에 열매 맺도록 도와주는 것이 신금이다. 이렇게 보면 올해는 출산율이 예년보다 증가할 전망이고, 나라 안팎에서 대한민국을 빛내는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리라 예견된다. 병신년은 불이 쇠를 녹여 기물(器物)을 만드는 형국의 해이므로 생명공학과 신약 분야에서 획기적인 개발과 연구발표가 많아질 것이고, 예·체능계를 비롯해 과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많은 인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申은 반복하다, 제약하다, 신음하다, 번개치다, 꾸짖다, 해가 저물다 등의 부정적 뜻을 가진 개념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폭염, 태풍, 해일, 폭탄테러와 암살, 국지전쟁, 종교갈등, 대형 화재 등 비극적이고 불행한 많은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새해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나 악습을 과감하게 혁파해 ‘갑질’이 없고 ‘금수저’를 선망하지 않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호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병신년은 천간 병화가 지지 신금을 극해 명리학적으로 편재(偏財)가 되는 해다, 편재는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재성이다. 편재의 특징은 배금사상, 속물주의, 속전속결, 권모술수, 과대망상 및 향락주의 등이다. 그 영향으로 병신년에도 부동산 투기, 증권, 홈쇼핑·명품·피부미용 사업, 유흥업, 관광업, 사채업, 성형수술 등과 관련한 사업이 활기를 띠게 될 것 같다. 이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의 골이 깊어져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담론이 우리 사회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불행한 일만 생기는 해는 아니다. 지지 신금이 만물의 결실을 주도하고 음과 양을 하나로 관통시키며, 의리와 결단력을 표상하는 기운이므로 병신년은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복원과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지지 신금(申金)에는 천간 무토(戊土), 임수(壬水), 경금(庚金)의 세 가지 기운이 동시에 내포돼 있다. 이를 국가로 보자면 무토는 중국을, 임수는 북한과 러시아를, 경금은 미국을 가리킨다. 이 세 가지 기운 가운데 천간 병화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임수뿐이므로, 임기 말이 되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 여부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북한 끌어안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역시 약한 천간 병화를 도와주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일 관계의 복원은 2016년 대한민국의 명운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송인창 < 대전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