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빠른 적응은 주목할 만하다. 개각 발표 당일 저녁 맥주나 한잔 하자며 기자들과 간담회를 자청했을 정도다. 지역구에서 텃밭을 갈던 중이었기에 유연성에서는 나무랄 일이 없다. 전임 최경환 부총리가 펴온 경기부양책에 관해 묻자 “경제위기에서는 모두가 케인지언으로 돌아선다”고 말한 대목도 그럴 것이다. 정책은 타이밍이라고 말하면서도 “경제학이 사이언스이고, 경제정책은 아트이듯이”라는 멋진 말을 구사했다고 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종종 아주 좋지 않은 습관들이 몸에 밴다는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원래 양보와 협상을 기본으로 하는 것인 데다, 유권자 대중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좋은 것이 좋다거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뒷골목 흥정’ 식의 어법과 어투를 익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엄정한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제적 논리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경기 부양 중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유일호 후보자의 답변은 현란하기까지 하다.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이 중요하지만, 구조조정은 중장기 초석을 놓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은 원론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구조조정이 단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이냐 경기부양이냐 이런 식으로 양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는 설명에서는 결국 듣는 사람들이 길을 잃고 만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고, 구조조정도 여러 방법이 있다”는 대목에서는 말이 꼬이고 비틀려 무슨 주장을 하는 건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다.

최경환 부총리도 비슷한 경우라 하겠는데 부총리 취임 초기의 헛발질은 지금도 애석한 대목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기업소득 환류세제, 소득중심 성장론 등은 나중에 4대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작지 않은 짐이 되고 말았다. 정치적 어법은 언제나 현상유지적이어서 개혁적 경제 비전이 될 수 없다. 유일호 부총리 후보는 나라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서 경제 수장이 되는 만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한 화법과 실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