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후방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수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에 정원감축 악재가 더해졌다. 대학 입장에선 ‘이중고’다. 내년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교육부는 21일 ‘2016학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을 공고했다. 내년도 등록금 인상을 최대 1.7%까지만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법정 한도에 정해진 등록금 인상마저 불가능하다는 게 대학들의 중론이다. 교육부는 이날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을 공고하면서 “내년에도 대학의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사실상의 ‘지침’을 덧붙였다.

이어 교육부는 “내년 1월 초에 2016학년도 국가장학금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대학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II유형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표>연도별 등록금 법정 인상한도 / 교육부 제공
<표>연도별 등록금 법정 인상한도 / 교육부 제공
◆ "등록금은 묶어놓고 정원은 줄이고…"

등록금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장학금 재원이 투입된 게 결정적이었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고지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대다수 대학은 6~7년째 등록금 동결 또는 소폭 인하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들의 불만은 커졌다. 인상요인을 등록금에 반영하지 못한 탓에 재정부담이 가중됐다. 등록금을 동결했어도 물가상승 때문에 실제로는 인하나 다름없다는 설명. 앞서 서울 소재 사립대 총장들 중심으로 “물가상승률만큼이라도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달라”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정책에 반영되지는 못했다.

여기에 올해 8월 말 발표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원감축이 본격화됐다. 크게 I그룹(A~C등급)과 II그룹(D~E등급)으로 나눴는데 정원감축 무풍지대는 A등급 34개교뿐이었다. 상위그룹에 속하는 B·C등급 대학도 각각 4%와 7%의 정원감축을 권고받았다.

예를 들어 구조개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1만명 정원의 대학이 있다고 하자. 올해 평균 연간등록금 636만1000원을 기준으로 정원 4%(400명)를 감축하면 등록금 수입이 25억4440만원 줄어든다. 반대급부로 등록금을 4% 이상 올려야 현상유지가 된다는 게 대학들의 셈법이다.
지난 3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회 서울총장포럼. / 한경 DB
지난 3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회 서울총장포럼. / 한경 DB
◆ 총대 멜 대학 있을까? 손익계산 분분

이런 논리로 정원감축 비율만큼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6~18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 자리에서다. 4년제대 기획처장들은 이같은 등록금 관련 규제 완화를 이영 교육부 차관에게 건의했으나 “여론 설득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영 차관은 3년여간 한양대 기획처장을 지내고 지난 10월 교육부로 자리를 옮겼다. 교수 시절부터 대학재정 전문가로 손꼽힌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할 만한 이 차관마저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난색’을 표한 셈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어느 대학이 총대를 메느냐에 따라 등록금 인상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초엔 이화여대가 당초 상한선인 2.4%의 등록금 인상을 추진했으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표적방문’하는 등 진통 끝에 동결로 선회했다.

다만 법정 인상가능폭이 1.7%까지 내려와 개별 대학의 액션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질 인상효과는 적은 데 반해 ‘괘씸죄’로 찍힐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등록금 인상보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선정을 노리는 게 현실적 판단이란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요 사립대 총장들은 최근 각종 포럼 등에서 사견을 전제로 △등록금 책정 자율화 △등록금 수준 현실화 △대입 기여입학제 허용 등을 제안했다. 경상비 상승, 우수교원 충원, 글로벌 경쟁 등 불가피한 인상요인을 이유로 들었다. 4년제대 대표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도 “정부가 대학 재정악화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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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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