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7년 여에 걸친 제로금리 정책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으며 휘청이는 글로벌 경제 '위기 관리인'(Risk Manager)으로서의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은 금융위기 여파로 활력이 떨어진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리인상은 외형으로 볼 때 연준이 일정 부분 임무를 완수했다고 선언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미국 경제가 건강을 되찾고자 먼 길을 꾸준히 걸어온 것을 의미한다고 옐런 의장이 직접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아직 낮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이르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경기를 침체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취지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옐런 의장은 0.25% 금리인상이라는 승부수는 선제적 대응이라는 취지를 뚜렷하게 밝혀 '위기 관리인'으로서 자기 역할을 선언했다.

경기가 과열됐을 때 금리를 갑작스럽게 큰 폭으로 올리는 '문제 해결사'보다 경기과열 조짐에 미리 경계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옐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갑작스러운 긴축은 경제를 불황으로 밀어넣을 위험이 있다"고 지론을 다시 강조했다.

연준의 기본 시나리오는 내년에 분기마다 금리를 0.25% 올리는 방침을 두되 인플레이션이 예측과 다르면 중도에 동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옐런 의장이 경제학자, 규제기관 담당자, 정부기관의 최고 행정가에 이어 위기 관리인 직책까지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간 꾸준히 유지해온 제로금리, 앞으로 이어질 미세조정은 눈에 띄지 않게 소신을 지켜가는 옐런 의장의 성향과 일견 어울린다는 견해도 있다.

옐런 의장은 2013년 의장에 지명될 때 재계와 정·관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소신파'로 주목을 받았다.

연준은 독립기관이라는 원칙에 따라 2010년 연준 부의장이 된 이후에 정치권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하버드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교수로 지낼 때도 스타 경제학자인 조지 애커로프(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아내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경제가 사람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을 품고 개별 사안에 대한 명확한 소신을 지닌 인물로 평가돼왔다.

1960년대 말 예일대에서 옐런을 가르쳤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옐런은 가장 똑똑한 학생 중 한 명이었다"고 회고하고 "그는 금융시장에 대한 예리한 이해력과 '인간의 고통은 그 무엇보다 실업과 연관돼 있다'는 강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NYT는 옐런 의장이 금리정책에 대한 지론을 앞으로 지켜가는 데 연준 내부에서도 큰 리스크와 대면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이사 12명 가운데 한 명으로서 의견이 다른 동료가 자기 정책에 따라오도록 할 수 있을지가 옐런이 극복할 첫번째 리스크이며, 대통령 선거철에 정치 쟁점화하는 사안을 두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 연준 관리들을 끌고 갈 수 있을지가 그가 직면한 또 하나의 리스크라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경제에는 항상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라며 "미국의 문제는 나중에 금리를 급하게 끌어올려야 하는 위험에 집중적으로 대비하는 옐런 의장이 자신이 집중할 리스크를 제대로 골랐는 지 여부"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