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맥] 똑똑한 기업보다 '가치관 공유' 건강한 기업이 오래간다
경영이란 사방에 암초가 숨어 있고 시도 때도 없이 폭풍이 휘몰아치는 망망대해를 건너야 하는 배의 운항에 비유할 수 있다. 이 험난한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 하나는 올바른 방향성이다. 방향이 잘못되면 암초에 걸리거나 엉뚱한 곳에 도달한다. 다른 하나는 강력한 엔진이다. 강한 엔진이 없으면 작은 폭풍에도 침몰하고 만다.

첫 번째 요소 즉, 배의 방향성에 해당하는 것이 기업의 전략이다.상품 전략, 가격 전략, 마케팅 전략, 미래 전략 등은 모두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 강력한 엔진에 해당하는 것이 기업문화다.

태풍과 높은 파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한 엔진이 필요하듯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경영의 맥] 똑똑한 기업보다 '가치관 공유' 건강한 기업이 오래간다
약한 엔진 즉, 취약한 기업문화란 어떤 것을 이야기하는가. 바로 이런 것이다. 직원들이 ‘열정이 없고 시키는 일만 한다’ ‘파벌이 심하다’ ‘윤리적이지 않다’ ‘변화에 소극적이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 ‘이직률이 높다’ 등이다. 반면 강한 마력을 가진 기업의 특징은 이렇다. 직원들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긍지가 높다’ ‘파벌이 없고 팀워크와 단결력이 강하다’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세계적 경영 구루인 패트릭 렌치오니는 이 ‘올바른 전략’과 ‘강력한 엔진의 마력’이란 기업 성공의 두 가지 조건을 ‘똑똑한 기업’과 ‘건강한 기업’이란 말로 표현했다. 전략과 전술을 잘 세우는 기업은 한마디로 똑똑한 기업이다. 그래서 가끔 히트도 잘 치고 위기도 곧잘 헤쳐나간다. 그에 비해 건강한 기업이란 강한 엔진, 즉 건강한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똑똑한 기업과 건강한 기업 중 어느 쪽이 더 높은 경영 성과를 낼까. 렌치오니는 단기적으로 보면 똑똑한 기업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한 기업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그가 발견한 것은 건강한 기업은 날이 갈수록 더 똑똑해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성과가 계속해서 좋아지면서 영속하는 기업이 되더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똑똑하기는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기업은 때때로 히트를 치긴 하지만 경영 성과가 들쭉날쭉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영속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맥킨지 조사 결과, 건강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이 2.2배, 기업가치 성장성이 2배, 순이익률 성장성이 1.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강력한 엔진, 건강한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 열쇠는 ‘가치관 경영’이다. 사람은 두 가지 동인(動因)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다. 하나는 식욕, 성욕 같은 동물적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헌신, 신뢰, 도전, 애국심 같은 가치다. 사람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추구할 때 보람과 의미를 느끼며 자부심을 갖는다. 다른 모든 동물과 달리 때로는 목숨까지 바친다. 가치관 경영이란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의 이 속성 즉, 사람은 돈보다는 가치에 의해 더 자발적, 열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에 입각해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가치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인간이 던져보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것은 △왜 사는가(why) △어떻게 살 것인가(how) △미래에 무엇이 될 것인가(what)라는 질문이다. 이 답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람이 느끼는 의미와 보람, 동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이 궁극적으로 한 인간이 내리는 모든 주요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결정은 모두 이 세 가지 답 즉,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면에서 가치관이란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사람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에 기업에도 가치관이란 것이 있다. 기업의 가치관 역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사명) △우리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할 것인가(핵심가치) △우리 회사는 미래에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비전), 이 세 가지 답, 즉 가치관이 제대로 돼 있으면 그것은 직원들에게 강력한 동기와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그 답은 궁극적으로 임직원이 내리는 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고객을 속일 것인가 말 것인가, 뇌물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주요한 결정이 사실상 모두 이 가치관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의 운명은 궁극적으로 이 결정에 따라 결정된다. 회사를 괴멸시킨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결정은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의 반영이었을 뿐이다.

인간에게도 가치관이 있고 기업에도 가치관이 있다. 차이점은 인간은 혼자이지만 기업에는 사람이 여럿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에는 가치관도 여러 가지 있다. 회사 임직원은 모두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린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가치관에 의존해 결정한다. 가치관이 다르면 자연히 그 결정도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십상이다. 자연히 직원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논쟁하고 갈등하며 낭비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기업이 바로 건강하지 못한 기업이다. 맥킨지가 경영진단 의뢰를 받으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임원 1명, 간부 1명, 평사원 1명을 무작위로 골라 이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이야기해보라고 한다. 회사 상태가 엉망일수록 이 9개의 답은 항상 천방지축으로 다르게 나온다고 한다. 가치가 각기 달라 논쟁과 갈등이 많아지고 분열과 낭비를 낳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무엇보다 회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즉, 회사의 가치관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이 가치관이 그들이 매일 내리는 결정의 공통적인 준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가치관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람과 의미를 주고 자발적 동기를 유발시켜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그 회사가 바로 건강한 회사가 되는 것이다.

자산 손실이 2조4000억원, 모든 보험 계약의 30%가 가짜일 정도로 붕괴 직전에 있던 교보생명에 평생 대학교수를 하다 50세가 넘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신창재 회장이 제일 먼저 한 작업은 바로 회사의 가치관을 수립하는 일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교보가 존재하는 이유가 ‘보험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미래에 당할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서’라고 선언했다. 이 존재 이유가 모든 교보 직원의 결정 기준이 되면서 교보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세계적 석학인 존 코터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가치관 경영을 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성장률은 4배, 고용성장률은 7배, 주가성장률은 12배, 수익성장률은 7.5배나 더 높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조직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CEO는 회사 엔진의 마력을 강력하게 높여야 한다. 즉, 건강한 회사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가치관 경영으로만 제대로 이룰 수 있다.

전성철 <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