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상한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소위 권리금 보호법 얘기다. 건물 세입자가 권리금 떼이는 일을 없애자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 권리금을 법제화했는데 의도와는 달리 임대료는 폭등하고 상당수 임차인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한경 보도(12월12일자 A1, 5면)다. 특히 임대기간 만료일이 임박한 서울과 수도권 인기 상가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임대료와 보증금이 급등하고 건물주와 세입자 간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건물주들이 권리금 소송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 들기 때문이다. 개정법은 건물주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어길 경우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건물주는 임차인이 후속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게 임대료를 급등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권리금을 아예 없애 소송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건물주들은 권리금 회수 방해 금지 기한(임대차 계약만료 3개월 전부터)을 피해 그 전에 임대료를 올리고 못 내겠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세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안전진단 등의 이유를 대며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해 임차인이 폐업하고 쫓겨나거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법 통과 당시 모두 예견됐던 문제점들이다. 임대와 임차는 관습과 상거래 관행, 신의칙 등으로 유지된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갑을 관계 또는 강자·약자 간의 관계라는 이분법적으로 접근해 단순히 법으로 규제하고 재단하려 드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간 권리관계는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권리금은 매장 가치를 평가한 임차인이 스스로 떠안는 리스크지 임대인의 강요로 내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약자 편을 든다는 포퓰리즘적 발상이 이런 엉뚱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권리금 보호법으로 권리금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는 견해까지 제시한다. 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이 해당 법에 의해 사라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생겼다. 포퓰리즘과 법 만능주의가 낳은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