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개인의 다양성 보장이 사회발전 이끈다
한 나라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두 가지 정책을 내놨다. 하나는 영양제를 개발해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이 영양제를 선택해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더 좋은 결과를 낼까.

마사 누스바움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역량의 창조》에서 “단순히 평균 수치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사회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개개인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고, 각자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게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여년간 펼쳐온 역량 이론을 정리한다. 역량 이론은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삶의 질을 평가한다.

저자는 “역량은 한 사람이 타고난 능력과 재능을 비롯해 그가 선택해 행동할 수 있는 기회까지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개개인의 신체조건과 영양상태, 도시의 경제 현황, 국가의 법적 제도와 정책 등이 모두 역량에 포함된다. 개인적 영역부터 사회적 환경까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핵심 역량을 최저 수준 이상으로 보장받아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며 “각자 주체적으로 삶을 꾸리고 발전시킬 바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핵심 역량은 양호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평균 수명까지 살 수 있는 것이다. 감각 상상 사고 등 지성을 충분히 발달시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가지고 스스로 삶을 점검하는 실천이성도 중요하다. 저자는 “인간적 유대관계를 자유롭게 형성하고, 정치 참여와 재산 소유를 보장받는 것도 핵심 역량에 들어간다”며 “개개인의 역량을 보장하는 것은 사회 발전과 정의 실현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