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학내집회에서 일면스님(이사장)과 보광스님(총장)의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동국대생들.
2일 열린 학내집회에서 일면스님(이사장)과 보광스님(총장)의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동국대생들.
[ 김봉구 기자 ] 총장 선출 과정에서 종단 개입 논란을 빚어온 동국대의 학내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사장과 총장을 맡은 스님들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투신하겠다는 예고까지 나왔다.

3일 열리는 이사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장훈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면스님(이사장)과 보광스님(총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투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내일로 단식 50일째를 맞는다.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은 앞서 논문 표절 판정을 받은 보광스님이 총장에, 사찰 문화재 절도 의혹 등이 불거진 일면스님이 이사장에 각각 선임되자 이들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총장 선임과 이사회 구성 문제를 들어 “조계종의 학내 개입이 지나치다”며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이 주축이 된 ‘동국대학교의 정상화를 위한 범동국인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에 이어 2일에도 학내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일면·보광스님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동국대생 김태현씨는 발언을 통해 “지금 이 문제를 끝내야 학생들이 산다. 두 분 스님은 반드시 (직위에서) 내려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 시민단체들도 이날 동국대 캠퍼스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중 학생의 생명불이 꺼지기 전에 동국대와 조계종은 일면스님과 보광스님의 퇴진을 결단해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동국대 교수들 역시 성명을 내고 “대학 정상화가 아무리 소중한 가치라 하더라도 꽃다운 목숨과 맞바꿀 만한 일은 아니다. 부디 자중자애하길 간곡히 당부한다”면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두 분 스님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단식에 동참 중인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은 “우선 일면스님의 이사장 연임만이라도 철회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사장 임기는 이달 만료된다. 학교 측은 일면스님이 이사장 연임을 하지 않는 대신 이사장 직무대행을 세워 진상 규명에 나서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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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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