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내용은 스페인의 호색한 돈 후앙 이야기와 몰리에르의 희곡 ‘돈 주앙 또는 석상의 만찬’을 근거로 한다. 몰리에르의 제목을 보면 여성편력보다 죽은 자를 조롱한 죄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전체의 약 80%가 난봉꾼의 행각에 할애돼 있고 감상의 초점도 여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연출에서는 돈 조반니의 악행보다 ‘나쁜 남자의 치명적 매력’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곤 한다. 2000명이 넘는 여인을 건드리고 카탈로그에 기록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성추행범이자 혼인빙자간음죄를 수없이 저지른 자인데도 말이다. 단선적 해석을 경계하는 다양성도 좋지만 악당을 매력남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너무 흔해진 바람에 전통적 시각의 연출이 오히려 참신하게 보이기도 한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