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재산 상속세 최대 8억원…5억씩 증여하면 세금 절반으로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상속세·증여세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산가들에게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증여가 큰 부담이다. 이런 구조에선 재테크는 결국 ‘세테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최근에는 재산의 대물림 방식이 상속에서 증여로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5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총 증여재산가액은 18조원을 넘어섰다. 5년 전보다 49% 늘었다. 증여세 신고 인원은 8만8900명에 달했고, 증여세 신고세액도 1조9000억원에 육박했다. 상속세 신고세액이 2012년 이후 1조6000억원 수준에 머물면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바른 세테크를 위해서 어떤 재산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물려줘야 하는지 살펴보자.

상속세 재원은 종신보험으로 준비

자산가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상속세다. 상속 자산은 과세표준 기준으로 30억원 이상이면 절반(50%)을 상속세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속세는 누진세율이 적용돼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모은 재산의 절반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전통적으로 종신보험은 사망보장과 함께 연금으로 전환할 때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자산가들이 즐겨 이용하는 세테크 방법이다. 미리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 이후 6개월 내 현금 납부가 원칙이어서 상속 재산이 부동산 등에 묶여 있으면 재산을 헐값으로 처분해 막대한 손해를 입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여가 상속보다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부담을 더 줄일 수 있어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이 같지만 증여를 이용하면 재산을 쪼개서 미리 증여하는 방식으로 세율을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20억원을 가진 사람이 사망했을 때 누진세율이 적용돼 자산의 최대 40%까지 상속세를 내야하지만, 5억원씩 미리 증여하면 최고 세율을 20%까지 낮출 수 있다.

공제제도 적극 활용

상속과 증여의 공제제도도 눈여겨봐야 한다.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 대상이면 10억원이 공제된다. 즉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상속하는 경우 10억원 미만의 돈을 상속한다면 상속세는 0원이라는 의미다. 증여는 10년 동안 배우자에게 6억원, 자녀에게 5000만원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미성년 자녀에게도 기존 1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박정국 외환은행 세무사는 “증여공제는 10년 합산으로 계산되는 만큼 서두를수록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증여세를 줄이는 기본 원칙 중 하나는 ‘현재 평가액이 가장 낮은 재산’을 먼저 증여하는 것이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증여재산은 시가로 평가하는 게 원칙이지만 시가 평가가 쉬운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시가의 절반 수준인 기준시가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또 현행 세법은 증여받은 재산이 늘어난 데 대한 추가 상속·증여세는 물리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5년 전 증여받은 현금 1억원을 투자해 1억5000만원으로 불렸다면 상속이 개시됐을 때 1억원만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며느리·손자에게 증여

상속이 개시되기 전 증여한 재산이 상속재산에 합산되는지, 제외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이때 배우자와 자녀에게 증여한 것은 상속개시일 10년 이내까지 합산한다. 반면 며느리, 사위, 손주 등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일부터 5년 내 증여한 재산만 상속재산에 합산한다. 예를 들어 7년 전 아들에게 증여한 1억원은 상속재산에 포함되지만, 같은 시기 며느리에게 증여한 1억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아들에게 준 재산이 어차피 다음에 며느리나 손주에게 분산될 것을 고려하면 며느리·사위 등을 활용한 증여도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