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월대서 고려 금속활자…남북 공동발굴조사 중 출토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 조사를 벌인 개성 만월대(고려 궁궐터)에서 고려시대에 주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1점(사진)이 출토됐다. 최광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위원장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남북공동발굴조사 결과 발표에서 “지난 14일 만월대 서부건축군 최남단 지역 신봉문 터 서쪽 255m 지점에서 금속활자가 출토됐다”고 밝혔다.

출토된 활자의 크기는 가로 1.36㎝, 세로 1.3㎝, 높이 0.6㎝다. 최 위원장은 “전문가 검토 결과 여러 특징상 고려 활자로 보이며 만월대가 소실된 1361년을 제작 시기의 하한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육안으로는 ‘(전일할 전)’으로 보이지만 오른쪽 아래의 자획이 方자로도 보여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확인된 고려 금속활자 2점과 비교할 때 글자의 모양이 가장 정교하고 활자 모양도 정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반듯해 높은 주조 기술 수준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출토된 활자는 1956년 만월대에서 발견된 것과도 다르고 증도가자(證道歌字)와도 다른 모양”이라며 “증도가자나 직지는 불경을 찍기 위해 사찰에서 만든 활자인 데 비해 이 활자는 국가가 주도해 제작한 최고 수준의 활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출토 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과 형태가 비슷하지만 서체가 다르다”며 “가운데 홈이 없는 조선시대 활자와 달리 홈이 파인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활자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직지심체요절은 1377년 제작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 선불교 해설서인 ‘남명화상찬송증도가’의 목판본(1239년)을 찍기 전에 간행된 주자본(금속활자본) 인쇄에 쓰인 활자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진위 논란이 벌어진 상태다.

만월대에서 금속활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6년 북한이 6·25전쟁 중 파괴된 만월대 유적을 보수 정비하던 중 금속활자 1점을 발견해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고려 금속활자는 서양 구텐베르크 활자에 한 세기 앞서는 세계적인 유산이나 현재까지 출토된 글자가 두 자뿐인 것이 연구조사의 가장 큰 한계였다”며 “이번 출토 활자에 대해 활발한 연구를 통해 활자 특징과 연대 등이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번 작업에서 바둑돌, 철갑옷 조각, 금제 유물 조각 등 작은 유물 3500여점과 건물지 19동을 발굴했다. 북측은 흙 채집과 유물 선별, 남측은 포크레인 굴착, 출토유물 선별 자문 등 지원 역할을 맡아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박상익/김대훈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