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빌공원에서 열린 ‘K푸드 페어’에서 히잡을 쓴 현지 여성이 잡채를 시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지난 27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빌공원에서 열린 ‘K푸드 페어’에서 히잡을 쓴 현지 여성이 잡채를 시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마트에서 장을 볼 땐 할랄(halal·이슬람 율법에 의해 허용된 식품 및 제품) 인증을 꼭 확인하죠. 한국 음식은 입맛에 맞긴 하는데 할랄 제품이나 할랄 식당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지난 2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연 ‘두바이 한국식품 박람회(K푸드 페어)’에서 만난 이집트 국적의 아야 오사마 씨(22). 그는 한국 아이돌그룹을 좋아해 한국 음식에도 관심을 갖게 됐지만 할랄 마크가 있는 한국 식품을 찾기 어려워 실제 먹어 본 건 손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두바이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인 노르 모수아 씨(22)는 “파키스탄 음식도 매운 게 많아 한국 떡볶이나 라면이 크게 낯설진 않다”면서도 “할랄 마크가 붙은 제품이 많지 않아 라면은 인도네시아 제품을 주로 먹는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업계와 정부가 이슬람 국가 식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손잡았다. 최근 대상, DK식품, 서울우유, 진주원예농협, 풍기인삼협동조합 등 5개 업체는 농식품부와 협력해 UAE 연방표준측량청이 공인하는 할랄 인증 ‘ESMA 마크’를 국내 처음으로 획득했다. 민관 협업을 통해 보통 3개월 이상 걸리던 할랄 인증 기간도 한 달 보름으로 줄였다. 이들 5개사에 대한 정식 할랄인증서는 12월 초순 발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식품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K푸드 페어’도 지난 29일까지 닷새간 두바이에서 열렸다. 중동 유통업체와 두바이 시민이 대거 찾은 이 행사엔 CJ제일제당, 대동인삼, 농협, 다원 등 22개 국내 식품업체가 참여해 농산물, 건강식품, 음료, 과자 등 1200만달러 상당의 수출 상담을 벌였다.

세계 할랄 시장은 1조5000억달러(2014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가별로 인증 종류가 다르고 절차가 복잡해 국내 기업 진출이 쉽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나섰다. 2013년 말레이시아 ‘JAKIM 인증’이 국내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인증과 교차 인정되도록 한 데 이어 최근엔 인도네시아 ‘MUI 인증’ 등의 교차 인정도 추진 중이다. 이어 이번에 세계 할랄인증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UAE의 ‘ESMA 인증’ 획득에 나선 것이다. 이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두바이는 거주민 1000만명 중 80% 이상이 외국인이고 주변 중동 국가로 재수출이 이뤄지는 물류의 거점이어서 두바이 시장에 진출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소고기 전용 도축장도 국내에 지을 계획이다. 무슬림들이 꺼리는 돼지고기 겸용 도축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 할랄

halal.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 채소 곡류 등 식물성 음식과 어류 등 해산물, 육류 중에선 닭고기 소고기 등이 포함된다. 술 돼지고기 등 무슬림에게 금지된 음식은 ‘하람(haram)’이라고 한다.

두바이=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