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새 앨범은 좋게 말하면 백화점, 나쁘게 말하면 잡탕"
“전에는 곡 쓰는 게 쉬웠는데, 중압감 때문에 어려워졌어요. ‘이렇게 쓰면 ‘강남스타일’에 못 미치는데, 이러면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하고 제 머릿속에 사공이 많았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이 직업을 택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예전의 나라면 이런 곡을 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9곡을 정성스럽게 써서 채웠습니다.”

월드스타 싸이(38·사진)가 1일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6집 ‘싸이 6갑’ 이후 3년5개월 만에 정규 앨범인 ‘칠집 싸이다’를 내놓는다. 싸이는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앨범 출시 기념 기자회견을 열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싸이다운 곡을 썼어요. ‘싸이답다’는 말은 ‘거침없음’ ‘당돌함’ ‘약간 무례함’ 등을 일컫지만 이제는 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만큼 예전처럼 서슬이 퍼런 곡을 하진 못해요. 그냥 하고 싶은 곡을 부른 뒤 결과는 순리대로 받으려고 합니다.”

7집은 유머를 기반으로 한 ‘나팔바지’와 ‘대디’ 등 더블 타이틀곡으로 구성했다. ‘나팔바지’ 뮤직비디오는 싸이가 나팔바지를 입고 흥겨운 복고풍 댄스를 추는 내용. 골반을 흔들거나 팔과 다리를 휘젓는 안무로 웃긴다. 싸이와 유건형이 공동 작곡한 펑크 장르 곡으로, 싸이가 작사했다.

‘대디’ 뮤직비디오에서는 어린 싸이와 노인 싸이, 성인 싸이 등 3대가 한자리에 등장해 신나는 댄스음악을 즐긴다. 강렬하고 빠른 템포의 중독성 있는 댄스곡이다. 영어로 후렴구를 구성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 유건형, 테디, 퓨처 바운드가 함께 만들었다.

“‘대디’는 작년 3월에 처음 쓴 뒤 계속 고치며 어렵게 만든 곡이죠. ‘나팔바지’는 올 들어 쉽게 쓴 곡이에요. 어렵게 만든 곡은 잘 안 되고 쉽게 만든 곡이 잘된다고 하는 게 가요계 속설입니다. 지켜봐야겠지요.”

이번 앨범에는 자이언티, 씨엘(2NE1), 김준수(JYJ), 전인권, 개코(다이나믹듀오), 윌아이엠(블랙아이드피스), 애드시런 등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월드스타답게 넓은 인맥을 과시했다.

“7집은 좋게 말하면 백화점, 나쁘게 말하면 잡탕 스타일입니다. 댄스음악을 바탕으로 힙합, 펑크, 미디엄템포 등 대부분의 장르를 섭렵했어요. 가사에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을 담아냈고요. 사랑 외에 다양한 감성을 영화처럼 건드려봤습니다. 대한민국 주부의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한 만큼 편식 없이 골고루 섭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마이너적인 B급 감성의 음악에서 A급 메이저 음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반박했다. “저는 데뷔 때부터 A급, 메이저 음악을 지향했습니다. 단지 몸매와 비주얼 특성상 대중으로부터 B급으로 평가받았을 뿐이죠. 지금은 예전보다 덜 ‘날것’ 같고 때가 묻으면서 메이저가 됐지요. 하지만 문화예술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자연스러움이라고 보고 늘 추구하고 있습니다.”

싸이는 12월2일 홍콩에서 열리는 ‘2015 MAMA(Mnet Asian Music Awards)’ 무대에 오른 뒤 오는 24~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말콘서트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의 갓싸이’를 열어 국내 팬들과 만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