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 (행사)의 중심인 '삐띠 워모'에서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에게 돌아가는 '게스트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뽑혀 행복하고 설렙니다. 크리에이티브(창의성)와 함께 꾸준히 정체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봅니다."

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사진=삼성물산 제공)
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사진=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정욱준 상무(사진)는 30일 서울 청담동 비이커 매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 상무는 내년 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개최되는 89회 삐띠워모에 남성복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청 받았다. 한국 디자이너 중에서는 처음이다.

삐띠워모는 매년 2회 열리는 세계 최대 남성복 전시회로 전 세계 2만5000여 명의 바이어가 참석해 수주 상담을 진행한다. 게스트 디자이너는 삐띠워모가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를 뽑아 지원금을 주며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로 과거 '톰브라운', '트루사르디', '발렌티노' 등 브랜드가 거친 바 있다.

정 상무는 디자이너들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성과를 내는 데 있어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항상 새롭지만 디자이너 고유의 일관성을 담은 컬렉션을 선보여 본인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년 여는 새 컬렉션에서 전혀 다르지 않게 꾸준히 (본인만의)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2007년 6월 첫 쇼에서 트렌치코트를 재해석한 후 매번 클래식한 아이템을 선정, 새롭게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중성보다는 창의적인 컬렉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직 대중성보다 크리에이티브(창의성)에 더 집중할 시기라고 본다"며 "대중적인 브랜드였다면 삐띠워모 게스트 디자이너로 과연 선정될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삐띠워모를 계기로 좀 더 브랜드를 키우고 확장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준지의 매출을 전 세계에서 1000억원(리테일 기준)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상무는 "현재는 남성복 시장에서 자리매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후 여성복, 세컨드 브랜드에 이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영역을 확장해) 크리스찬디올과 같이 준지의 하우스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준지는 2007년 정욱준 디자이너의 개인 브랜드로 시작해 같은해 파리 컬렉션에 진출했고, 2011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인수됐다. 피인수된 후에도 고전적인 아이템을 새롭게 해석해 재창조하는 브랜드 콘셉트인 '클래식의 전환'을 잘 지켜내며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2013년에는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시장에서 경쟁 브랜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정 상무는 "승부욕이 강하고 노력형이다. 동시대의 디자이너들과 항상 경쟁한다고 생각한다"며 웃음지었다.
준지 2016 S/S 파리 컬렉션(사진=삼성물산 제공
준지 2016 S/S 파리 컬렉션(사진=삼성물산 제공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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