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굵은 뿌리-이진수(1962~)
굵은 뿌리
뿌리 생김새를 짐작하는
버릇이 있다.

껍질이 얇고 반질반질하면
잔뿌리가 많은 나무이고
두껍고 꺼칠꺼칠하면
그렇지 못한 나무라고,

잔뿌리 별로 없을
저기 말 없는 저 나무
껍질이 엄니 발뒤꿈치 같다.

파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일생이
내 안에 그렇게
뿌리를 내린다.

시집 《그늘을 밀어내지 않는다》中 (시와시학사)


세련되고 능숙하게 시대를 따라가는 부모님들도 있겠지만 영영 보드라워질 거 같지 않은 엄니 발뒤꿈치를 볼 때마다 가슴에 돌 하나가 더해지는 기분입니다. 잔뿌리 별로 없을 그 뿌리로 흡수하고 지지하고 저장하고 호흡하는 역할을 어찌 다 해내셨을까요. 나무가 자랄수록 더 단단히 흙을 옭아매면서 말입니다. 그런 엄니에게서 스마트폰 글자가 작아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 좌측에 있는 가장 위에 버튼을 눌러…….” 똑같은 전화가 또 오겠지요. 기분 좋게 전화받을 준비들을 하시고. “네, 어머니, 좌측에 있는…….”

김기주 시인(2013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