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이 이상하다. 저급한 정치에 물들어가는 것 같다. 지난 25일 전주지법의 통합진보당 소속 전북도의회 비례대표 의원지위 유지 재판과 그 재판을 둘러싼 법원행정처의 문건소동은 사법부의 실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위헌 판정이 난 정당은 사라졌는데 소속 도의원의 신분은 유지된다는 전주지법의 판결부터가 문제였다.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과 배치되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그런 판결이 헌법재판소를 무력화하려는 법원 내부 무언가의 집단 공모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문건은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엊그제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문제의 ‘언론대응 방향’ 문건을 보면 ‘공보스탠스’가 어떻다느니, ‘판결전문 공개 시 보수언론은 … 강하게 문제 제기할 것으로 예상’ 등의 언어부터가 3류 정당 흉내를 냈다. ‘판결로 말한다’는 법원이 정작 판결문은 뒤로 감춘 채 여론전을 펴겠다는 식이었다. ‘헌재의 월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는 문건의 대목을 보면 사법부가 헌법재판소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에서 집단적으로 개별 판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통진당 문제는 헌재와의 관할권 싸움, 다시 말해 ‘밥그릇 싸움’일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판결은 이것만이 아니다. 대형마트 규제가 적법하다는 판결도 그렇다. 공익과 헌법 제119조에 대한 좌편향적 해석은 누가 봐도 대법원답지 않은 무리한 판단이었다. 고법에서 바로잡은 오류를 정작 대법원이 거꾸로 간 것이었다. 대법원마저 뭔가 권력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직원마다 다른 성과급도 통상임금이라는 엊그제 대법원 판결 또한 예외는 아니다. 2년 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과 신의칙을 강조했던 스스로의 통상임금 기준을 뒤엎은 내용이었다. 사법부마저 정치판에 물들어 가는 것인가. 사법부가 포퓰리즘에 물들면 바로잡을 방법조차 없다. 헌재와 관할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정의와 법치까지 희생시키기로 한다면 이 나라 사법부는 단지 이익집단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