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핸들·페달…자율주행차, 가속페달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운전대)을 잡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차선을 감지해 굴러간다.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방향을 바꾸고 신호등을 인식해 차가 서거나 움직인다. 운전자가 놀아도 자동 운전이 가능한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난주 정부가 주최한 행사에서 현대자동차와 7개 대학팀이 제작한 자율주행차가 서울 영동대교 북단에서 삼성동 코엑스까지 3㎞ 구간을 시범 주행했다.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네시스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승차감도 좋았고 원활하고 장애 없는 완벽한 주행이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다만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려면 제도와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며 연구진과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나서는 제네시스 EQ900

현대차가 다음달 9일 출시하는 초대형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EQ900(에쿠스 후속)은 가속 페달 및 스티어링휠 조작 없이도 고속로를 달릴 때 앞 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거나 차선을 이탈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완전 자율주행의 전초 단계인 고속도로주행지원(HDA)시스템을 탑재했기 때문. 이 기능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잠시 놓아도 고속도로에서 차가 알아서 안전하게 주행을 보조하는 게 핵심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HDA는 고속도로에서 졸음 운전이나 전방 주시 태만과 같은 운전자 부주의 상황에서도 정해진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설정된 속도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제네시스 차량 간격 유지시스템.
현대차 제네시스 차량 간격 유지시스템.
이런 주행 환경 인식기술은 차량 내 위치확인시스템(GPS)과 정밀지도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고 전·후·측방 레이저 스캐너와 레이더, 차선 감식 카메라 등 고정밀 센서를 통해 주변 사물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도심의 교통체증 구간에서 상대편 차량이 끼어드는 상황 등을 운전자가 사전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혼잡구간주행지원(TJA)시스템도 현대차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신기술이다.

다만 센서가 고가의 부품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고급차 위주로 장착이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관련 부품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전후로 고속도로 주행지원 기능을 넘어서는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대규모로 적용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 열리게 되면 이 분야의 부품시장 규모는 현재 7000만개에서 2020년에 약 2억개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리미엄車들이 벌이는 무인차 전쟁

자동차 브랜드별로 선보이는 최고급 세단 경쟁의 축은 첨단 신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전장 부품이 급증하면서 업계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자율주행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BMW 무인자동차 주행 모습.
BMW 무인자동차 주행 모습.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 BMW,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다. 현재까지는 운전자가 아무 것도 안 해도 고속도로 교차로에서 차량이 스스로 노선 변경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국내 시판 중인 고가 럭셔리카에는 이미 자율주행 초기 기능이 탑재돼 운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BMW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신형 7시리즈에는 운전대에 있는 핸들 모양 버튼을 누르면 차선을 그대로 따라 자동 주행하는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 기능이 탑재돼 있다. 전·측방에 설치된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가 차선을 인식해 차량이 시속 210㎞ 이하 속도면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운전대 조작을 지원한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15초간 유지된 뒤 꺼진다.

BMW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자동주차 기능
BMW의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자동주차 기능
BMW코리아는 내년에 7시리즈 신규 옵션으로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디스플레이 키를 조절해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차량을 넣고 뺄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반자동 주차)’을 선보인다.

벤츠의 최고급 세단 S클래스 역시 스티어링휠 조작 없이도 차량을 차선 정중앙에서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조향 어시스트를 탑재했다. 차가 멈춰도 앞 차량이 출발할 경우 따라갈 수 있게 돕는 ‘스톱앤드고’ 파일럿 기능도 지원한다.

GM은 내년에 북미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자율주행 기능인 ‘슈퍼크루즈’를 탑재한 고급형 캐딜락을 출시할 계획이다. 슈퍼크루즈는 크루즈 컨트롤 및 차선이탈경보장치, 브레이크보조장치와 자동충돌방지시스템 등을 결합한 반자동 운전주행 장치다. 내년 한국에 출시 예정인 신형 캐딜락 CTS와 CT6에 슈퍼크루즈 기술이 탑재된다. 아우디도 내년에 국내 출시 예정인 신형 A8에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장착한다.

◆국산 대중차도 ‘자동운전’ 확대

국산 대중차에도 지능형 운전자 보조장치(ADAS)의 장착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어드밴스드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 긴급제동(AEB), 차선유지지원(LKAS), 자동주차보조(SPAS) 등은 자율주행 기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요즘 나오는 경차 모닝과 스파크에는 정속주행장치인 크루즈컨트롤(CC)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 스파크는 전방추돌경보장치(FCWS)까지 첨단 사양이 확대됐다. 중형 쏘나타부터는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아도 앞선 차와의 간격을 맞춰 차가 스스로 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선택 사양으로 적용 가능하다. 긴급 제동장치는 현대차가 지난해 초 2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처음 선보인 뒤 투싼, 싼타페 등으로 확대했다. 핸들 조작 없이 자동으로 주차를 돕는 반자동 SPAS는 투싼과 스포티지급 이상 차량에 장착돼 있다. 다만 LKAS는 아직까진 고급차인 제네시스에만 적용됐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