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미래 디스플레이 패권 장악 승부수
LG디스플레이가 새 공장을 짓는 것은 2012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그동안 LCD(액정표시장치)는 가격이 계속 떨어졌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시장 상황이나 수율(전체 생산량 중 출고 가능한 제품의 비율)이 좋지 않아 대량 생산은 어려웠다. 새로 대형 공장을 짓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가 27일 신공장인 ‘P10’을 짓기로 결정한 것은 OLED 시장을 확실히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말께 수율을 LCD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LG그룹도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난 26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힘을 실어줬다.

OLED에 3년간 10조원 투자 계획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3년간 OLED를 중심으로 10조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경북 구미에 약 1조500억원을 투입해 6세대(기판 크기 1500×1850㎜)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경기 파주공장 신설은 두 번째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다.

1조8400억원은 공장과 수도시설 등 인프라, 클린룸 등 기본 시설에 투입되는 자금이다. 생산장비값은 포함하지 않았다. 장비를 다 넣으면 이 공장에만 10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공장부지는 직전 공장인 P9보다 1.5배 크다. 공장은 이르면 내년 말 완공된다. 그때부터 생산 설비를 반입해 2018년 초부터는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P9에도 여유 공간이 있다. 1개 라인 정도는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신규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건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다. 신공장에서 제조할 디스플레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형 OLED 중심으로 구성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TV용 OLED 패널은 물론 투명·플렉시블(휘어지는) OLED 패널도 이곳에서 생산한다. TV뿐 아니라 사이니지(디지털 전광판) 등 다양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세계 어느 디스플레이업체도 아직 대형 OLED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분야에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LG 관계자는 “지금 생산하는 OLED 패널로는 수요를 다 댈 수 없다”며 “중국 일본 등에서 OLED TV를 만들고 싶다는 업체가 점점 늘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적극 지원

LG디스플레이가 OLED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의 추격이다. LCD값이 점점 내려가는데도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가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이면 중국의 LCD 생산량이 한국을 추월한다. 한국의 8위 수출품인 디스플레이가 중국에 따라잡히면 경제 전반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맥락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전력, 공업용수, 폐수종말처리장 등 인프라 구축 관련 업무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와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등이 참여하는 지원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7월 OLED를 차세대 수출 유망품목으로 지정했다. 제조장비 수입에 면세를 적용하고, 원천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의 일몰도 연장해줬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