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년새 100조 넘게 증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 가능성…저금리에 주택대출 급증 탓


◆1200조원 육박한 가계 빚

가계 빚이 1년 새 100조원 넘게 급증해 1200조원에 다가섰다. 저금리와 부동산 활황 속에 경제규모 대비 가계 빚은 어느새 신흥국 최고 수준이 됐다.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유력한 만큼 긴장감이 높다. 한국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가계부채가 위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 때문이다.

-11월25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가계 빚 1년새 100조 넘게 증가 등
☞ 가계 빚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왜 이처럼 가계 빚이 늘고 있는걸까? 그리고 대책은 없는 걸까?

가계 빚(가계부채)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 등으로 구분된다. 가계대출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이다.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서나 생계를 위한 대출외에 집을 사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된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를 사용해 결제를 하거나 할부금융을 이용하는 경우다. 둘다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까닭에 가계부채로 잡힌다. 가계부채 중 가계대출 비중이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계대출 가운데는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이 43% 정도 된다.

가계부채는 2011년말만하더라도 916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던 게 2013년말 1019조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하더니 2014년말 1085조원, 2015년 9월말 현재 1166조원으로 불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387조원)의 3배가 넘는다. 특히 올들어 급증세를 보여 2분기 33조원, 3분기 35조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이에 따라 1년새 늘어난 가계부채는 110조원에 달한다. 이런 속도라면 연말에 12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3년 4분기 1000조원을 넘어선 뒤 2년만에 20%가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 9월말 현재 1166조가운데 가계대출은 1103조원, 판매신용은 63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가계대출 1103조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480조원이다. 금융사별로는 은행의 가계대출이 3분기중 전분기보다 14조3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로 3분기에만 11조5000억원 급증했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도 6조3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배경엔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5%로 3년 만기 금리가 연 1.7%(국고채 기준) 안팎이다. 이처럼 금리가 낮아지자 주택시장에서 전세가 대거 월세로 전환했다. 집 주인들이 전세금을 예금으로 넣어 받을 수 있는 이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늘었다. 저금리로 전셋값이 오르자 아예 대출을 받아 집을 사자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이며, DTI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의 대출이나 생계를 위한 대출이 많아졌다는 것도 가계부채 증가의 한 원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8개 신흥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84%(1분기 기준)로 가장 높다.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 빚이 너무 많다는 뜻이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나라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되고, 담보로 잡은 주택을 헐값에 내놓게 된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실물경기가 겉잡을 수 없이 나빠져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상대로 12월 중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도 앞으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어 가계부담이 커진다.

물론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얘기도 있다. 가계가 가진 금융자산이 금융부채 대비 226.7%(2015년 3월말 현재)로 빚을 갚고도 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위험수위에 육박할 정도이며, 증가속도가 너무 가팔라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위험신호”라며 “담보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이 부족한 사업자금을 충당하려고 빚을 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대출자의 빚 갚을 능력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는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도 이자만 갚는 거치식이 아니라 원리금(원금+이자)을 쪼개 갚는 분할상환 방식 대출로 전환하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절대 규모 자체가 워낙 커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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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 남용 혐의 조사받는 퀄컴…표준특허 ‘프랜드 원칙’ 침해 여부가 핵심

◆표준특허와 ‘프랜드’ 준칙

미국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의 주가가 나스닥시장에서 18일(현지시간) 4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허권 남용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조사 결과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뒤 주가가 9% 이상 빠졌다. 공정위가 퀄컴의 특허권 행사에 제동을 걸면 이 회사의 이익은 반토막 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 11월20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가계 빚 1년새 100조 넘게 증가 등
☞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 미국 퀄컴이 불공정행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사 결과 퀄컴이 특허권을 남용했다는 혐의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퀄컴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퀄컴이 갖고 있는 표준특허와 관련돼 있다. 표준특허(Standard Patents)는 표준문서의 규격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서는 구현할 수 없는 특허로 ‘필수특허(Essential Patents)’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제품이나 상품을 만드는 데 그 특허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특허다. △ISO(국제표준화기구)나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등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한 표준규격에 포함된 특허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서는 제품의 제조·판매나 서비스의 제공이 불가능한 특허 △표준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실시돼야 하는 특허 △국제표준이 제정되기 이전에 출원돼있는 특허 등이 표준특허다.

표준특허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제공되는 게 필요하다. 이를 ‘프랜드(FRAND ;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원칙’이라고 한다. 경쟁사라고 해서 다른 기업들에 비해 특허사용료를 엄청나게 받는다든지 하면 사회 전체적인 경제적 후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표준특허’를 가진 업체들이 이를 무기로 횡포를 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퀄컴의 법 위반 혐의는 △인텔 등 경쟁사에 표준특허 사용권을 부여하지 않는 라이선스 정책 △표준특허에 다른 특허 끼워팔기 △표준특허를 부여한 회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한 행위 등 3가지다. 퀄컴은 1993년 표준특허로 지정된 무선통신 원천기술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을 바탕으로 3세대(WCDMA)·4세대(LTE)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핵심 표준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 2014년 매출 기준으로 스마트폰용 반도체인 LTE 칩셋 시장의 84%, CDMA 칩셋의 92%를 점유하고 있다. 퀄컴은 표준특허 사용권을 무기로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업체에서 통신칩이 아닌 스마트폰 가격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로열티)를 받아 지난해 78억6200만달러(약 8조6500억원)의 특허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한국에서만 약 2조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퀄컴이 전 세계에 통용되는 표준특허 준칙인 프랜드(FRAND)를 무시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선통신사업에 꼭 필요한 표준특허들을 보유한 퀄컴이 특허 사용권(라이선스)을 차별적으로 부여하고 과도한 로열티를 받아 부당한 이익을 얻는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내년초 전원회의를 열고 퀄컴에 대한 제재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