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의에 차 있을 때 오히려 실의의 슬픔이 태어난다.’

[책마을] 일본 야구명장 리더십 "최고의 순간에 그 다음을 준비하라"
일본의 전설적인 야구 명장 노무라 카츠야가 감독 시절 늘 마음속에 새긴 말이다. 1990년부터 9년간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감독을 맡아 팀을 1993년과 1995년, 1997년 세 차례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렸다. 하지만 우승한 다음해에는 모두 B클래스(리그 4위 이하) 성적에 머물렀다. 선수들은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에 취했고, 감독은 선수들을 고생시켰다는 마음에 조심스러워졌다. 선수 기용에도 망설임이 생겼다. 패배한 상대 팀들은 눈에 불을 켜고 대책을 세워 도전해왔다. 우승의 순간에도 늘 그다음을 생각했던 이유다.

노무라 감독은 ‘노무라 재활센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2군 선수들을 1군으로 끌어올렸다. 그런 그가 젊은 직장인들을 위해 야구를 통해 경험한 인생의 기본기를 알려주는 책을 냈다.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동양 최고의 지혜서로 꼽히는 ‘채근담’을 해석한《스승이 필요한 순간》이다. ‘짧은 인생에서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겁쟁이는 겁을 내는 탓에 자신의 속셈을 간파당한다’ 등 삶에서 우러나온 조언들을 건넨다.

그는 “노무라 재활센터란 별명이 붙은 것은 채근담 구절인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평범함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투른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올바른 노력을 쌓아온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투른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결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성장시켰다”며 “마지막에 이기는 사람은 결국 서투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